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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님의 서재

그때 나는 이미 뭔가를 예감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앞으로 내가 그와 비슷한 남자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자신의 진짜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 어쩔 수 없이 부당한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번만큼은, 정말이지 이번만큼은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 그들과 헤어질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어쩌다보니 겨우 이 정도 얄팍함에 자신을 갖는 남자들만 만난 것일까 아니면 이 세상에는 이런 남자들만 있는 것일까. 결국 나는 그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 중 누구도 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가원-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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