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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님의 서재
  • 우주 끝에서 만나
  • 안지숙
  • 12,600원 (10%700)
  • 2021-11-15
  • : 27

현도와 원제는 ‘나’ 안에서 대립하며 마주보는 또 다른 ‘나’이며 감추어진 ‘나’이다. 무의식인 동시에 내밀한 욕구이며 실현되어야 할 꿈이다. 서로를 할퀴면서 떠나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며, 내 속에 들러붙어 있는 이것은, 잠재적 욕망일까, 아니면 버려야 할 헛된 욕구이며 망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VR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인 에덴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요즘의 화두인 메타버스에 탑승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 속에는 뭐가 감추어져 있을까. 그 욕망은 언제, 어디서 분출되어야 하고 허용되는가. 이 소설은 그 욕망의 선의와 악의, 양면성을 캐며 욕망하는 인간의 좌절과 슬픔을 함께 말하고 있다. 블랙홀, 알파에덴, 자아, 이 삼각형의 꼭지점을 모두 거느릴 때 우리는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하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에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장을 들썩이게 하는 흥미진진한 부류의 소설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젖어들게 하는 책이며 나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 단락을 읽다보면 밑바닥 심원의 고독으로 고통 받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관속에 누워있다. 관속에 누운 자세로 손을 가슴에 올리고 죽어있다. 나는 눈물을 흘린다. 버림받고 외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돋아난다. 가슴 안쪽에서 올라오는 슬픔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나는 슬픔을 오롯이 받아낸 손바닥을 쳐든다. 나는 기다린다. 원재가 떠나고, 미림이 떠나고, 내 주변에는 오래도록 아무도 없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나를 그립게 하는 것들이 손바닥에서 증발한다. 소금처럼 마른 슬픔의 까끌까끌한 알갱이가 살 속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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