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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님의 서재
  • 비공개 2인 카페
  • 남상순
  • 11,700원 (10%650)
  • 2020-07-24
  • : 86

표지의 집 그림을 보면, 집안에 잔뜩 재미있는 일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상상이 반짝이는 이야기들이 ‘집’안에서 가족이 되어 어울리고 싸우면서 배수관 안으로 속속 흘러간다. 웃기면서 슬픈 감정이 매번 들썽이며 일어난다. 슬픈데도 이상하게 재미있고 우습다. 작가는 가족, 이웃, 친척, 친구 등의 포괄적인 의미를 짚어내기 위해 많은 기둥을 세우고 방을 만들고 특별한 지붕을 덮어씌움으로써 독자가 그 의미를 찾아가도록 한다.

집은 실제 건축물인 미형의 집인 하우스(하드웨어)와 이모가 만든 ‘아궁이가 있는 집’ 인터넷 카페(소프트웨어)의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건의 하나는, 미형의 집에 누수가 발생하여 아래층에서 항의를 하여 공사기사가 와서 그 원인을 찾아 수습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호주에 사는 미형의 외조부가 실종되어 미형의 부모님이 호주로 건너가고 외조부를 찾아다니는 일이다. 집의 구조물에 하자가 발생한 일이나, 가족 중의 누군가가 실종된 일이 서로 맥락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이나 인간관계가 그만큼 밀접하고 긴밀하게 얽혀 있어, 그 중 하나가 탈이 나면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학생인 미형이, 이런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할 것처럼 보이지만, 의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 자못 듬직하다. 더구나, 절친인 연주와의 갈등까지 겹쳐 고민하고 싸우지만, 미형은 포기하지 않고 원상복구, 라는 지점을 향해 노력한다.

외조부가 이민절차를 밟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려고 유명대학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장면, 인터넷 카페에 외조부가 글을 남긴 것을 보고 할머니는 사돈양반이 무장갱도질을 하여 티브이 뉴수에 나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그만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작가의 상상력과 감각은 다음의 문장에서 빛을 내며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북자 이모 북자 이모 하고 자꾸 발음하면 콧구멍에서 엄마는 외계인 맛 아이스크림 향이 퍼지면서 두 번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목구멍을 통해 입안으로 쳐들어와 나를 사로잡아. 네가 그 맛을 아느냐?

-할머니 눈에는 집이 인격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분에 따라 가족에게 행운을 줄 수도 있고 불운을 줄 수도 있다고 믿으니 말이다.

-사람의 말에 따르면 외할아버지처럼 생긴 사람이 멜버른에서 복면을 한 무장 강도로 나타나 슈퍼를 털었다는 것이다. 무장강도가 “꼼짝 마”, “모두 엎드려!”, “떠들지 마!”라고 손님들을 협박한 사이사이 한국말이 흘러나왔고 덩치나 억양으로 보아 미형의 외할아버지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 목격자의 전언이었다.

-독고다이라는 단어는 미형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가끔 친구와 뭐가 안 맞거나 거리감을 느낄 때면 어둠을 끌고 다니는 마블처럼 마음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죽은 자가 걸치는 옷 같기도 하다. 고집스러움을 덮어쓰기 당한 회색 캥거루 같기도 하고.

-집이 걸을 수만 있다면 알프스에 가고 히말라야 가는 걸 꿈꾸지 말란 법이 있나, 하지만 참았다.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우산처럼, 혹은 햇살처럼 드리우면서 연주와 미형사이에 보호막을 씌우고 있는 것 같았다.

-커다란 집 한 채가 오늘도 쉬지 않고 걸어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집은 뒤뚱뒤뚱 걷다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달리거나 점프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산막골 그 비탈진 언덕길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게 되지 않을까, 비록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 중 한 분은 잠깐 뒤처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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