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은희경은 이 소설가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지만 난 그렇지 못하겠다. 우선, 동기를 말하자면 ㅎㅎ누나의(웃는 게 아니라, 초성) 추천으로 다른 책 찾다가 이 책 발견해서 빌리게 되었다. 내가 요즘들어 싫어하게 된 하성란식의 소설이 아닌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다행인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은 새로운 류의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소설을 읽으며 박민규를 떠올려 버렸다. 한국 문학은 이제 하성란 아니면 김영하 아니면 박민규 같다. 하성란 류나 박민규 류는 그 시발(始發)자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나마 한국 문학의 미래로써 나은 건 김영하가 아닐까. 어영 부영 유행에 휩쓸려 가는 것은 도도한 척, 잘난 척 다른 거 깔보는 소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런 면에서 정말 소설이 역겹다.
아무튼 몇 달 전에만 봤다면 그럭 저럭 재밌게 봤겠지만, 지금봐서 영 별로다. 몇 편의 중단편을 묶어 놓았는데, 말 그대로 그냥 요즘 나오는 그냥 그런 소설들이었다. 뭐 나름대로의 창작의 고통과 소재의 발굴, 주제의 전달 등이 있었겠지만, 그렇기엔 이런 소설이 너무 많다. 멍청한 유비쿼터스, 바나나 주식회사 정도는 괜찮았지만 나머지는 그냥 그랬고,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나 가수, 예술가들을 이리 저리 소재로 활용했지만 그건 자위에 불과하다. 공감이 없는 소재의 사용은 독자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울릴 수 없다. 대체 이런 사람 사는 내용은 하나도 없는 소설을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젠장.
이따위라면 새로운 세대의 작가로는 차라리 안보윤이 낫다.
씨팔, 제발 그럴싸한 단편 몇 개 써서 메뉴얼대로 등단하지 말자. 예술가라는 자각이 있다면 제발 부탁인데 새로운 형태의 글을 써 봐라. 최소한의 노력이 있다면 이런 글들은 이제 더는 안 나오리라. 책 한 권 냈다고 목에 힘주고 자기 소개하지말고, 좀 더 발악해봐라. 요즘 소설가는 도무지 근성이 없다. 글에 근성이 없어서 못 봐주겠다. 일본 쓰레기 현대 소설 욕할 자격 없다.
그리고 나도 당당히 이런 소설 욕 할수 있도록 더욱 많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더욱 늘리고 싶다. 노력할 거다.
그리고, 단지 책갈피가 아까울 뿐.
(+)이 구절의 모티프는 '그'밖에 떠올릴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는 작가 후기에 분명히 이름이 올려져 있음으로 나는 이것을 확신한다.
B는 한 달 전에 죽었다. 자연사나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었다. 자살이라니, 젠장, 그는 겨우 서른네 살이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B가 선택한 자살 방법은 잔인했다. 스스로에게도 잔인했겠지만 그 소식을 듣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잔인한 방법이었다. 주방용 칼로 자신의 가슴을 그은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귀에는 가슴이 짜개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바나나 주식회사,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