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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브라이언 피어스
  • 19,800원 (10%1,100)
  • 2021-12-31
  • : 442
올해 처음으로 각 잡고 정독한 책.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의 저서 We Walk the Path Together(2005)의 번역본으로, 2006년 출간된 《동행》(생활성서사)의 개정판에 해당한다. 역자 역시 현직 천주교 신부님이다. 이웃종교 성직자가 쓰고 번역한 책이 불교 전문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건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독특한 서지사항까지도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주연급(?)인 틱낫한(Thich Nhat Hanh, 책에서는 '태이'라고 칭함) 스님과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신부 외에도 불교와 기독교의 수많은 영적 스승들이 등장한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진리는 바깥에 있지 않고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요컨대 깨달음은,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일상을 떠난 초월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항상 드러나 있는 실상이며, 이는 우리가 매 순간 깨어 있으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직시(=마음챙김)할 때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평소 불교적 사유와 표현에 워낙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런 종교 간 대화가 더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집밥 먹다가 모처럼 외식하러 가서 처음 보는 메뉴를 시킨 느낌. 저자가 신부님이라 기본적으로 기독교 관련 서술의 비중이 더 큰 편이지만, 이웃종교에서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아... '하느님'을 존재의 본성 자체로 해석한 것은 특히 돋보이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문헌적 근거와 더불어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밝히는 부분들도 감동적이었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님의 견해에 따르면, 여러 종교 전통은 믿음 중심의 표층 차원에서는 각기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깨달음 중심의 심층 차원에서는 서로 통한다고 한다. 이 책은 불교와 기독교의 가르침이 심층 차원에서 결국 하나의 진리로 귀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가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종교인은 물론이고, 종교를 연구하는 인문학도, 그 밖에 삶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태이의 마음챙김 수행은 매 순간이 성사의 순간임을 알려 준다. 매 순간이 영원과 합일하는 순간이고, 삶의 궁극적 차원과 합일하는 순간이다." (p.190)
"태이와 마찬가지로 에크하르트도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모든 생명의 근원, 즉 우리가 존재하는 근거인 하느님의 현존을 자각하라고 한다." (p.223)
"하느님은 결코 '저편' 어디엔가 있지 않다. 하느님은 존재성(is-ness)이다. 즉 모든 존재를 통해 흐르는 존재성이다." (p.401)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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