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비록 그는 하급 신분 계층 사람들이 책 때문에 공동체의 시간을 낭비하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또한 그들이 지닌 조건반사를 풀어버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유발할 책을 읽게 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갔지만, 그래도 그렇다, 그는 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델타들에게 심리적으로 꽃을 좋아하지않도록 유도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가?
참을성을 보이며 부화본부 국장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이들이장미꽃을 보면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게끔 조건반사를 유도해놓은까닭은 고등 경제정책을 기초로 삼은 조처였다. (한 세기 정도나 될까) 별로 오래전 일은 아니었지만, 감마들과 델타들과 심지어는 엡실론들까지도 그때는 꽃을, 특히 온갖 야생화를 좋아하도록 유도를받았었다. 그들에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시골로 나가기를 원하게 만들어서 운송수단을 소비하게끔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P56
"그런데 그들이 운송 수단을 소비하지 않던가요?"
"상당히 많이 이용했지." 부화본부 국장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어."
앵초와 풍경은 보상이 없다는 한 가지 중대한 결함을 지녔다고 그가 지적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은 공장이 바삐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하급 계층들 사이에서만이라도 제거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그것을 제거하더라도 교통수단을쓰려는 성향은 그냥 둬야 했다. 그들이 비록 싫어하기는 하더라도계속해서 시골을 찾아간다는 조건이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앵초와 풍경에 대한 사랑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건전한 이유로 교통수단을 소비하게 만들기 위한 동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이유를 찾아냈다.
"우리는 대중이 시골을 증오하도록 유도한다." 국장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들이 시골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경기를 좋아하도록 유도한다. 그와 더불어 모든 시골 운동이 복잡한기계 장비를 사용하게끔 신경을 쓴다. 그러면 운동경기를 즐기려고그들은 교통수단뿐 아니라 생산된 제품들도 소비한다. 그래서 저렇게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이다."- P57
"우리가 어쨌다고요?"
"결혼했느냐고요. 아시잖아요, 영원히 원주민 말로는 ‘영원히‘라고 하는데, 그건 깨뜨릴 수가 없다는 뜻이죠."
포드 님 맙소사, 아닙니다!" 버나드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존도 역시 웃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순수한 기쁨 때문에 웃었다.
"오, 멋진 신세계여." 존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멋진 신세계여. 우리 당장 출발합시다."
"가끔 당신 말투가 무척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황하고놀란 표정으로 젊은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버나드가 말했다. "그리고어쨌든 당신이 신세계를 실제로 볼 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서자 야만인은 이런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고 눈은 열정과 분노로 번득였다. "여러분은 아기처럼 살아가는것이 좋습니까? 그래요, 아기들 질질 울고 토하면서 말이에요." 야만인은 그들의 짐승 같은 우매함에 화가 치밀어서 자기가 구하러 온사람들에게 모욕적인 욕설까지 퍼부으며 덧붙여 말했다. 모욕적인그의 말은 거북의 등 껍데기처럼 굳어버린 그들의 우둔함에 부딪혀튕겨 돌아왔고, 그들은 둔감하고 심술궂은 불만의 표정이 담긴 멍한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요, 게우면서 말이에요!" 그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슬픔과 회한, 연민과 의무감 따위의 감정은 그의 주변에 모여 선 인간 이하의 괴물들에 대한 강력하고도벅찬 증오 속으로 흡수되었다.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격노는 그의 언변을 차츰 유창하게 만들었고, 그의입에서는 어휘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해를 못 하겠나요?" 그가 되풀이해서 물었지만,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는 음산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그러고는 병원 안뜰을 향한 창문을 열고 소마 정제가 담긴 약통- P323
빠졌다.
"하지만 왜 그것이 금서가 되었나요?" 야만인이 물었다. 셰익스피어를 읽은 사람을 만났다는 흥분으로 그는 잠시 다른 모든 문제들을망각했다.
통제관이 어깨를 추켜올렸다.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P331
이유입니다. 이곳에서는 낡은 것들은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것들도요?"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죠. 아름다움은 마음을 끄는힘이 있는데, 우린 사람들이 옛것에 끌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우린그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 같아요. 헬리콥터들만 나오고, 사람들이 키스하는 걸 실제로 느끼게 하는 연극들만 해도 그렇죠"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와 원숭이들!" 그는 자신의 혐오와 증오를 충분히 전달할 수단을 오셀로의 말에서밖에는 찾아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길이 잘 들고 착한 동물들이기는 하죠." 통제관이 한마디했다.
"왜 당신은 사람들이 「오셀로」를 읽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나요?"
"얘기했잖아요, 낡은 것이라고요. 더구나 그들은 그런 책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P332
"그래요." 무스타파 몬드가 얘기를 계속했다. "그것도 안정을 위해서 치러야 하는 또 다른 대가랍니다. 행복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은 위험합니다. 우리들은 과학에 쇠사슬을 채우고 재갈을 물려 지극히 조심스럽게 감시해야 합니다."
"뭐라고요?" 헬름홀츠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항
물론 민중이 정치권력을 장악했을 때마다 중요성을 강조했던 대상은 진실이나 아름다움보다는 행복이었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제한이 없는 과학적인 연구는아직 허용되었어. 사람들은 마치 진리와 아름다움이 지상至上의 선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떠들어댔어. 9년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랬지. 전쟁은 정말로 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어. 사방에서 탄저열 폭탄이 터지는 마당에 진리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9년 전쟁 이후에, 그때부터 과학이 처음으로 통제를 받기 시작했지. 그때는 사람들이 식욕까지도 통제를 받을 각오가 되어있었으니까. 조용한 삶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좋다는 식이었어.
우리들은 그 후부터 통제를 계속해왔어. 물론 그것은 진실을 위해서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지.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일이었어.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해행복은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