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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진짜 늘 혼자 있었는데. 막상 말 시키면 할말 다 하니까 그렇게 수줍음이 많거나 한 것도 아니면서, 말을 먼저 거는 법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들헌테 묘하게 벽울 치고. 선배들은 다 널 좀 어려워했지만, 이상하게 난 처음부터 네가 어렵진 않더라. 어쩌다 한 번씩 네가 속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면 그게 그렇게 좋고."
그게 그렇게 좋고. 우재의 말이 잎울 모두 잃은 겨울나무 같은 내 마음을 미풍처럼 흔들고 지나갔다. - P147
 그리고 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름한 술집의 흥성거림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어떤 풍경들을 내게 환기시켰다. 취기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들과, 이따금씩 폭죽처럼 터지던 고함소리, 낡은 선풍기의 모터소리. 제어되지 않는 열기가 맥락 없이 화려하게 타올랐다가 제풀에 꺼져버리던 날들. 그런 풍경들을 떠올리던 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맞춰보기 시작했다. 봄 축제의 마지막날 뒷정리를하다 바라보았던 달의 모양이나, 교내 서점에서 똑같이 한 권씩- P148
사서 나눠 가졌던 시집의 제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후 낮술을 마시러 가서 먹었던 골뱅이의 맛 같은 것들을 어떤 기억들은 틀림없이 연속성을 띠며 우재와 나 사이에 동일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지만, 또 어떤 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전혀 다른 형태와 질감을 띠기도 했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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