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체다님의 서재
요즘 읽는 중인 책.
예전엔 한권을 다 읽으면 새로운 책을 찾곤 했는데,
이젠 책읽을 시간이 없으니 닥치는대로 조금씩 읽게 된다.

[왕따의 정치학]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새로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를 맞이하며 내 인생에 변화가 있다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행동으로 국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어디선가 투표용지는 현대화된 총알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동안 내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20-30대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면 나이가 좀 더 들어야 할 것 같아. 라는 친구의 얘기를 그래 일리가 있다 생각하며 들었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이런 내가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열심히 보고 정치 관련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책을 찾아 읽는다.
문재인의 운명을 필두로 다큐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어렴풋이 알고있던 그때의 정치판을 이제야 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왕따의 정치학]도 그런 의미에서 한껏 관심이 지대한 내게 술술 읽힌다.
진보신문조차도 노무현과 문재인을 까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데, 진보성향 신문이라면 무조건 믿었던 내게 일깨워주는 것이 많다. 미국처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한발짝 떨어져 비판하면서 객관적으로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짜공간]
전자책은 나처럼 밖으로 계속 나돌아다니거나 읽을 시간이 없다 여기는 사람에겐 맞춤 기기인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못하던 나도 잠깐이나마 짬이 나면 켜서 읽게 되니 편하다. 가볍고. 단점이라면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는 마당에 관련 서적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가 중요한 책을 전자책으로는 흑백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그보다 아직 전자책으로 출간 안된 경우도 많다)
결국은 책을 따로 사게 된다.

요즘 그나마 기쁜 것은 일에 아무리 치여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지 그래도 이젠 나름의 경력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건지, 일하는 틈틈이 책을 찾아보게 되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전엔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의 나는 점점 말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생 때의 나는 그래도 이정도로 말을 못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사회생활로 점점 마음을 다치고 기가 죽다보니 하고 싶은 말도 억누르게 되고 일에 치여 사람들을 너무 못만나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어제 이제 마지막 출근을 앞둔 회사 친구의 송별회 겸 술을 마셨다. 똑똑하고 센스있는 한 언니는 역시나 술자리를 주도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의 주인공인 친구도 현명하고 말을 잘 하는 친구라 둘은 똘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센스넘치게 풀어나갔다.
그런 그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점점 억압되고 침묵을 지키게 되고 점점 머리가 둔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 술을 너무 자주 마셔서 인가ㅋㅋ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인가. 하지만 살아갈수록,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지식과 삶의 지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좀 덜 읽을지언정 자신의 삶을 현명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괜히 책에 집착하고 미련이 많은 나는 괴롭다. 책 속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이야기하기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이야기를 꺼낸 적도 거의 없지만 지레짐작하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아야 할 나는 여전히 책이 좋다. 내가 하는 일에 책읽기를 어떻게 접목시키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갈지 생각해봤지만 결국 답은 없고, 그냥 순수한 내 관심사 안에 있는 책들도 많이 읽되 의식적으로 일에 도움이 될 만하다 싶은 책을 열심히 구해 읽기로 마음먹었고, 그리하여 읽게 된 [진짜공간]은 아직 초반을 읽는 중이지만 참 잘 고른 책이다 싶었다. 유럽의 화려한 건축양식을 알아야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사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의 허름한 건물들, 소박한 조형들이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돌아와 읽은 탓인지 글도 술자리의 그 똑똑하고 당찬 사람의 말투처럼 보였다. 이 사람도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많은 것을 공부했구나 싶은.

남들의 그 아는 척이 싫고 더 깊이 있는 진짜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남들이 하는 이야기 반만큼이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 다들 아는 것을 완벽히 알고 넉넉히 알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아는 척이 아니라 진짜 알고 말하고 싶은 마음.

글쎄 무엇이 정답일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책 읽기는 지속되어야 한다. 글쓰기도 병행하고 싶지만 그게 무리라면 책을 읽는 것에 만족하자. 쌓이고 쌓여 분명 빛을 발할 날이 있을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