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탐독

• 탐독
• 어수웅
• 2016-04-29

탐독 / 어수웅

2016. 05. 27

작가들의 독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가 그 책을 정작 읽지 않았으면서 잘 정제되고 핵심을 꿰뚫는(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터인데) 읽은 것처럼 느끼고 싶어하는 자기위안이 깃들어 있지만, 한편으론 지식인이자 인생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이정표 삼아 딛고 살아왔는지를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 가장 크다. 독서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그래서 누구보다도 독서를 많이 했을 작가들이 인생을 바꾼 책을 딱 하나만 꼽아 말하는 것이 신기했다. 또한 몇몇 작가의 ｀책은 인생을 한번에 갑자기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를 변화시킨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울렸다. 

어릴 적엔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중요했고 그 의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중적으로 책은 그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인지 진리인지 모를 생각이 들었다. 책이 아니어도 볼거리 읽을 거리 몰입할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고 사람들은 더이상 진득하게 책에 빠져들 자세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록 진리를 바로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럴 수록 진리의 가치는 높아진다. 작가들이 그 어떤 것보다 책이야말로 생각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데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말에 나역시 동의한다. 책을 읽으며 푹 빠져드는 몰입의 순간이 그 어떤 매체를 마주할 때보다 황홀하고 즐겁다. 오래 남기도 하고. 누구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여행한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생각하며 길을 헤매기도 하며 한 여행은 훨씬 많은 것을 내게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내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도 책에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영상매체를 더 많이 접해야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 뿌리는 책에 있음을, 그리고 내가 일적으로도 더 발전할 길이 책에 있음을 믿는다. 저자의 서문에 적힌 통계가 흥미롭다.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 2016년에 공개된 ｀201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가운데 6.5명이 1년 사이에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었다. 2년 전보다 6퍼센트 감소한 수치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 따르면, ｀독서자 기준 평균 독서량｀은 2013년의 12.9권에사 2015년에는 14권으로 늘었다. 전체 국민 중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과연 책은 피곤을 견디며 읽어야 할 어떤 큰 가치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물론 치유의 기능, 마음의 휴식, 정신적인 수양이라는 효과가 있지만, 바쁜 현대인으로서 나는 점점 더 시간을 투자헤야할 만큼의 큰 가치, 효용성을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점점 책을 잊고 멀리하게 되었다. 너무나 일에 치인 나머지 책을 읽어야지 라는 생각이 내일 들고갈 숙제를 안 하고 놀고 있는 학생처럼 불안과 압박으로 다가오더니, 결국에는 그마저도 없는 피로감으로 다가오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일이 조금 여유가 생기면 다시 책을 찾는 나를 보며, 책에 어떤 힘이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책을 통해 반짝 얻는 지식보다도 중요한 것. 그것은 내 인생을 살아나갈 길잡이를 해주는 것. 하루하루 바쁜 와중에 나의 사고를 조금씩 틔워주며 그동안 무지하여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가장 중요한 내 삶을 설계해나가는 지도를 조금씩 완성해 나가는 것. 모르겠다. 다 쓰고 보니,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은 지극히 낭만적인 생각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나의 강점을 책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주변인들보다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생각을 흔들지 말고 묵묵히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빠져들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이것이 나의 힘이 되어 일적으로나 삶 속에서나 나를 빛나게 해줄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