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중략), 이 모든 상황은 대중들에게 가려져 있어서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128쪽
산업혁명을 통해 유럽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19세기 영국은 유혈 사태가 동반된 급진적 혁명도 없었고, 경험론을 토대로 한 합리적 사고로 포장되어 보인다. 그러나 찰스 디킨스는 이러한 영광에 가려진, 처절한 도시 빈민의 삶에 주목한다.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알리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사회의 모순들이 작가 특유의 문체로 드러난다. 이 책 『올리버 트위스트』는 소년 올리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이야기의 큰 재미이지만, 당시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고전의 가치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1부는 올리버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올리버가 태어나자마자 산모는 죽고, 고아로 남겨진 이 아이는 구빈원으로 보내진다. 아이를 위탁받은 시설은 열악하고, 지원금은 빼돌려지는 가운데 올리버는 장의사의 집에 견습생으로 팔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싸움이 일어나 도망친 올리버는 어떤 꼬마에게 유대인 노인을 소개 받게 되는데 그는 아이들을 시켜 소매치기로 돈을 버는 수전노, 페이긴이다. 소매치기를 하다 브라운로라는 친절한 노신사를 만나 그 집에 묵게 되지만, 페이긴과 사익스에 의해 납치당하게 되고, 도둑질하는 사익스에게 넘겨진다. 올리버는 도둑질을 하던 중 총을 맞게 되고, 로즈 양에 의해 치료 받게 되면서 2부가 시작된다. 2부에서는 메일리 부인과 로즈 양의 집에서 묵으며 평화를 찾아가는 올리버와 새로운 인물 멍크스가 페이긴과 손을 잡고 올리버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3부에서 올리버는 브라운로를 다시 만나게 되고, 사익스와 페이긴의 음모를 사익스의 패거리 중 한 명인 낸시가 묵인하지 못하고 로즈에게 전달한다. 브라운로가 멍크스의 정체를 밝혀 내고 죄를 따지는 과정에서 올리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단죄되고, 올리버와 로즈는 평온한 결말을 맞게 된다.
- 이런 정신으로, 나는 모든 역경에서 살아남아 결국 승리하는 선의 원리를 소년 올리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를 어떤 주변 인물들 가운데 두어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을지, 또 그가 어떤 유의 사람들 손아귀에 떨어졌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타락할 가능성이 있을지 궁리하면서,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생각해냈다. 10쪽, 저자서문 中
올리버는 그를 구하는 브라운로와 로즈가 없는 곳에선 철저히 어두운 곳에 존재한다. 인간의 존엄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되는 환경에 어린 아이가 무방비 하게 놓인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어른들은 아이들을 돈 버는 수단으로 밖에는 삼지 않으며, 이들을 보호해야 할 사법, 행정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능하다. 산업 기술의 발전과 다르게 도시 하층민의 도덕 의식은 바닥도 모자란 수준이다. 이런 사회상을 와닿게 하는 소설 자체의 재미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익살스런 문체를 기반으로 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무심하게 배치 된 것 같지만 결말에는 다 계획이 있었던 인물들, 중간 중간 던져진 복선이 단서가 되어 드러날 때, 그리고 숨가쁘게 전개 되는 올리버의 운명이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몰입하게 한다. 소설로 읽자면 서스펜스가 가득한 올리버의 모험이었지만, 매일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어떤 곳의 어느 아이라고 생각하니 의미가 무겁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 이후로 온갖 고난과 역경, 변화 속에서도 올리버는 이 축복의 말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91쪽
-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자신감에 찬 사람들만큼이나 가장 천박하고 타락한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약점이 바로 자존심이다. 448쪽
- “그 아이는 고귀한 성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하느님께서 그 아이의 나이에 맞지 않는 시련을 주셔서, 그 아이는 여섯 배나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예의를 차릴 만큼 어른스러운 감정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460쪽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