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문학으로 일컬어 지는 하위의 학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르면 안되는 배경들이 존재 했다. 물론 1차도서로 읽어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이겠지만, 까막눈으로는 읽으나 마나 한 일이었다. 한번쯤 철학사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책들이 만만치 않아서 미뤄두고만 있었다. 그러다 <한 달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그 유명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어보았다.
기원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인간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해 온 철학자들의 생각, 즉 철학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초로 철학적 시도를 한 밀레토스학파를 비롯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철학의 시작인 소크라테스와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각을 남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헬레니즘과 로마로 이어지는 고대철학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량이 꽤 많은데 이어지는 철학자들이 그들의 사후에도 철학은 남아 엎치락뒤치락 한 것을 보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으로 대표되는 중세철학은 자세한 교회사와 정치사가 함께 실려 있는데, 근대 철학이 중세의 어떤 부분을 반박 했는지 혹은 받아들였는지 이해하는데 유용했다. 그 다음으로 근대와 현대 철학에는 꽤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서로 교류하고 비판했던 흔적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학파의 형성과 발전에 주목하는데 어떤 흐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 여기에서 인간과 환경의 상호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철학을 거의 결정하며, 거꾸로 사람들이 형성한 철학이 환경을 거의 결정한다. 18쪽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철학사의 연속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중간중간 역사적 배경에 설명을 할애했는데, 설명 시점이 아주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방대한 역사를 한권으로 서술하면서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 답게 이야기를 자체를 풀어가는 능력이 출중했기에, 나름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철학사이니 어려운 철학에 대한 설명도 비유를 통해 쉽게 전달하려고 했으며, 철학자의 개인적인 배경과 주요 저서에 대한 소개도 빼 놓지 않았다.
- 경멸하면 가설로서 공감을 표현할 수 없고, 숭상하면 비판적 태도를 회복하지 못한다. 81쪽
특이한 것이 각 철학에 대한 비판을 실었다는 것인데, 찾아보니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이해도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러셀의 서양철학사이기에 러셀의 관점이 없다면 한 권의 책으로 엮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렌즈를 늘리고 싶다면, 그리고 더 멀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을유사상고전 한 달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