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트 클뤼거 『삶은 계속된다』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
이 책은 2차대전으로 인해 열한 살에 수용소로 강제로 보내진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안네의 일기』가 연상 되지만, 이 책은 그와 다르게 오늘까지 살아남은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이야기는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빈에서부터 수용소, 독일, 그리고 뉴욕에 정착하는 과정이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삶은 계속된다.’는 책의 제목처럼 주인공과 주인공의 엄마, 수용소에서 가족이 된 친구가 그야말로 처절하게 삶을 이어간 흔적을 그리고 있다. 다른 책과 다르게 훨씬 더 몰입이 되었던 이유는 단순한 과거의 서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현재와 과거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현재에 삶을 이어가는 저자가 지나 온 과거가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게 됐는 지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면에선 날카롭고 차갑게, 어떤 면에선 아주 뜨겁고 단단한 어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다른 한가지는 ‘여성’으로서의 기억이 서술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수용소 안에서 그리고 탈출 후 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저자는 전쟁의 참혹한 피해자인 유대인인 동시에 역사 서술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기억을 꺼낸다. 역사를 단순한 지식으로 접할 때 쉽게 간과 할 수 있는 부분이 섬세하게 쓰여졌다는 것은 이 책이 홀로코스트 문학인 동시에 특정 관점이 담긴 역사서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해 짐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거기에 ‘감히’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 특히 마지막 문장인 ‘괴팅겐 친구들에게 - 이 독일 책을 전하며.’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야 할 것 같다. 생각 나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 희망을 품는 것은 의무였다. - 133쪽, 제2부 수용소
* 그러나 적어도 자극을 받기 바란다. 성벽 안에 진을 치고 앉아 있지 말고. 이것이 여러분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러분이 자와 컴퍼스로 깔끔하게 그어놓은 어떤 틀 안에서만 여러분과 상관있다고. 이미 시체더미 사진들을 견뎌냈고 공동의 책임과 동정심에 관한 여러분의 책무를 다했노라고 덮어놓고 말하지 말라. - 180쪽, 제2부 수용소
<이 리뷰는 블로그 리뷰어 참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