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민족주의/국수주의 사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책이 불편할수도 있고, 일종의 식민사관에 사로잡혔다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위 말하는 '국뽕'을 배격하고, 근대적 사관에 따라 한국사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내재적 발전론, 자본주의 맹아론 같은 것을 배격하는 입장에서 필자의 사관(입장)에 동의한다. 성리학적 체제가 일제에 의한 식민지배라는 결말로 철저한 패배 판정을 받은 만큼, 유교적 국수주의 사관은 일종의 자폐증이라는 정신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은 고구려, 금속활자에 관한 환상과 내재적 근대화 가능성, 친중사관 등을 깡그리 무너뜨린다. 다만,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격언을 금과옥조같이 여기는 정치학 전공자로서 '유신헌법도 결국은 국민의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다'는 저자의 관점에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