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답.
강지훈 2025/11/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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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 황제
- 셀마 라겔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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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10-25
: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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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어떠한 마음도 두지 않았던 남자가 원치않았던, 평온한 밤마저 자신에게서 앗아갈 작디 작은 딸은 품에 안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심장이 그렇게나 세차게 요동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와 동시에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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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감기에 걸릴라, 옷이 너무 끼어 불편하지는 않을지, 안고있는 사람이 떨어트리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도 관심과 사랑이었고, 유난이었던 딸도 그것을 아는지 아빠품에서는 천사같은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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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그 이상 없는 유대를 보여주며 딸은 아빠로부터 아빠는 딸로부터 세상을 배웠다.
아빠가 너무나 큰 사람이었던 탓일까. 딸은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시골이 아니라 더 큰 세상을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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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닥친 위기는 딸에게 기회였다.
딸의 희생이라 생각했던 아빠도 딸의 희망이 깃든 선택임을 딸이 떠나고 나서 깨닫는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편지 한통 오지 않는 시간이 반년, 일년, 시간이 점점 쌓여가자 아빠는 자신의 터질 듯한 사랑을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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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버티지 못해 버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세상은 대부분 그를 비웃었지만 그와 오랜시간을 함께한 몇몇은 그를 챙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이상 자신이 알던 남편이 아님에도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된 아내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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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십오년만에 돌아왔다.
당장의 편지한통, 약간의 돈보다는 두분을 모실 수 있는 성과를 내서 돌아오고 싶었노라 고백한 딸은 변해버린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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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렇게 딸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자신이 돌아왔을 때. 두번의 기적을 경험한 자신의 신실한 신자를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시간은 흐른다. 죄의식과 두려움이 딸을 옥죄었지만 이번에도 딸은 틀렸다. 아빠는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했다.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고 천했던 사람이 두번의 기적을 거쳐 큰 사랑을 가슴에 품어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딸에게, 아내에게 더이상 클 수 없는 아주 큰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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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은 같다. 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려하는 방법은 다르다. 젊음 이라는 것을 손에 쥔 시기에는 부모나 자식이나 보통 오답을 고른다. 끝없을 나중을 기약한다. 정작 끝이 다가오면 돌이킬 수 없는 오답에 무너져내린다. #포르투갈황제 ( #셀마라겔뢰프 지음 #다반 출판)에서 아빠는 사랑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너무나 정답이었다. 그래서 딸은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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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마냥 욕할 수 없는 나도 사랑의 오답을 내어놓고 있었다.
여황의 아버지, 위대한 황제가 자기 생을 송두리째 바쳐 보여준 절절한 사랑의 정답덕에, 나는 나의 답안지를 지운다. 바로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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