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강지훈 2025/11/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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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바다의 마지막 새
- 시빌 그랭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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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11-05
: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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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군림하며 모든 것을 알고, 기록하고, 자기 발 아래에 두려하는 인간이 큰바다쇠오리와 만나 삼십마리의 군집 중에 딱 한마리를 생포해왔다.
바닷사람들에게는 짜면 기름이 많이 나오는 연료로, 수집가와 박물관에게는 박제로, 몸의 일부라도 소장하고 싶은 탐나는 컬렉션으로,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드높여줄 연구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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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에서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 새를 멍청하다 생각하는 오귀스트. 하지만 자신이 있던 곳이 아닌 얕은 바다임에도 터질듯한 생명력과 만족감을 심장박동으로, 표정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 큰바다쇠오리가 불쑥불쑥 머릿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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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수 있을 만큼 떨어져있던 그 둘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내려다보던 오귀스트의 시선은 점점 고개를 들어 눈높이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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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다의마지막새 (#시빌그랭베르 지음 #열린책들 출판)속 배경인 1830년대는 ‘멸종’, ‘진화’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이다. 특정 군집이 보이던 자리에 없다면 어딘가로 이주했다 생각할 뿐,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 인간은 짐승을 잡아먹고 짐승은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것이 당연하다고, 어딘가에 또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으로 폭력과도 같은 행동을 정당화한 시대. 참 많은 종들이 세상에서 사라진줄도 모른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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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대상에 불과했던 큰바다쇠오리는 오귀스트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수조를 가진 ‘프로스프’가 되고 우정이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눈높이가 동등한’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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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음, 이 하나만으로 본모습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개체로 존재하며 그 종의 다른 개체들과 유대할 때만 원래의 정체성을 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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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귀스트는 프로스프의 완전한 정체성 회복을 위해 자연 속 큰바다쇠오리를 찾으러 또 한번 모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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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동물에게도 표정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냉혹한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그 중 실험대상과 교감한 누군가의 업적일 것이다. 관심은 대상을 나와 같은 대등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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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데이터에 의하면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세상에 큰바다쇠오리 같은 ‘지구’는 없었다.
또 어딘가에 있을 무한한 것으로, 착취해도 되는 동등하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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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제서야 지구와 인간의 눈높이가 맞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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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것들이 본래 있어야 할 곳에서 떨어져나와 좁은 우리안에 갖혀 전시되고있다. 그것이 본래의 정체성과 행복을 여전히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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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이 늦었다. 이 세상에 ‘프로스프’같은 일들이 수없이 벌어졌다. 그래도 늦음 중에서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다. 또다른 ‘프로스프’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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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동등한 눈높이를 가진 것으로 모든 ’지구‘를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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