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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훈님의 서재
  • 인생을 배우다
  • 전영애
  • 16,200원 (10%900)
  • 2025-11-12
  • : 2,215

평생을 한 작가에 푹빠져 그의 뒤를 따라 걷는 기분은 어떨까. 어떤 책의 저자가 비행기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백야’를 손에 꼭 쥐고 그의 묘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너무 설렌다 말하는 옆자리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야>를 구입해서 읽었던 적이 있다.
이십대에 읽었음에도 이 책을 그 외국인은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이해하지 못했고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적 막연하게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국내에 정식 출간된 책들을 사모으고(읽지는 않네 그러고보니)번역되지 않은 책들은 원서를 사서 보물처럼 간직하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지금까지 하지 않고있다.

#인생을배우다 ( #전영애 씀 #청림출판 )을 읽고는 잊고있던 (좋아했던)작가를 떠올렸고 좋아했던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괴테할머니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괴테전문가인 전영애 교수가 쓴 <인생을 배우다>에는 괴테를 비롯한 거장들의 글과 그것과 관련한 일화들이 넌지시 담겨있다. 담겨있는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다. 나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카프카의 동심지켜주기 프로젝트(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라!) 유대인의 탄압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시인한명을 살리기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그 목숨들을 짊어진 시인이 수용소에서 최선을 다해 써내 마침내 전해진 시의 이야기, 저자가 평생을 고국처럼 돌아다닌 타국 독일에서의 인연들 이야기 까지.
읽을 거리들이 매우 풍성하다.

이번에는 필사단에 참여하여 책을 읽게되었다.
필사의 단점아닌 단점이라면 필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사를 염두해 두고 책을 읽으면 필사하기 좋겠다 싶은 구절을 찾으면서 읽게된다는 것이다.

글에 온전히 순진하게! 집중하기 조금 힘들달까(필사, 독서 모두 초보라 그럴지도)그래서 마음이 와닿았던 글 전체를 필사하는 것을 택했다. 나와 같이 집-일터의 루틴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신선할 수 있는 저자의 일생이 담담하지만 자상하고 강요하지 않는 필투로 내 손에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 제목을 보면 서울대 출신 서울대 교수가 인생이란 이런것이다 알려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책 속에서 저자는 학생과 그 이후의 어른을 구분짓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그 기준은 무언가를 할 때 ‘계산을 하느냐 하지않느냐’이다.

계산을 하지않고 항상 100%진심을 다하는 학생시절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어른이 된 이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저자의 수업을 들으면 끝에 자신의 글과 함께했던 친구들의 글이 묶여 ‘나의 책’이라는 결실로 맺어지는 것을 생생히 겪은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할 확률이 높다. 저자도 평생 학생들을 가르쳐온 어른이지만 평생 괴테와 독일문학을 배워온 학생이었다.
저자의 100%진심이 글에 잔잔하게 다정하게 서려있다.

나도 이래저래 계산을 끊임없이 하는 어른이지만 이 책과 저자를 보고 나도 책을 남은 평생 가까이 한다면 무언가를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처럼 전문적으로 무언가를 업으로 삼아 배울 수도 있겠다. 인생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책이라는 물리적 성과가 내 인생에서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미흡하게나마 책을 보고 쓴 글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E북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멋진 어휘와 문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도 명문장이지만 이처럼 담담하고 따뜻한 보통의 글도 받아적을 수 밖게 없게하는 명문장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얼마남지 않은 내년의 목표 중 하나로 통필사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쓰기 전까지는 너무나 거창해보이는 목표였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즐거움은 물론 쓰는 즐거움도 알게해준 책이랄까.

따뜻함이 필요한 요즘 같은 나날에 딱 맞는
따뜻한 책이었다.

괴테할머니처럼, 따뜻한 글을 쓸 줄 아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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