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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소리 약국
- 김혜선
- 15,120원 (10%↓
840) - 2025-11-17
: 2,930
#잔소리약국 (#김혜선 씀 #도마뱀출판사 출판)은 프리랜서 50대의 딸과 80대의 엄마의 재결합(?)으로 인해 생기는 이야기이다. 프리랜서이지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자기만의 확립된 루틴을 가지고 있는(프리랜서일수록 자기만의 루틴은 몹시 중요하다. 삶의 질 면에서나 업무 효율면에서나.) 딸에게 고령의 약사 엄마의 고관절 수술은 그런 루틴을 남김없이 부수는 사건이 된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혼자 걸어다니기도 힘들어진 엄마와 집을 합치게 된 것. 집을 합친 것 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 엄마의 약국으로의 출근까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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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수면후에 가지는 아침 멍, 차 한잔, 음악 한곡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엄마의 도시락을 챙기기 바쁘다. 퇴근 시간은 또 어떤가. 8시퇴근 시간, 늦으면 약국 문을 잠그고 혼자 티비를 보며 딸을 기다리는 엄마를 떠올리며 7시부터 마음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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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라 생각하고 스트레스와 역류성 식도염을 견뎌내고 있건만 그 희생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고맙다는 말은 하지못하는, 멀리 살고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맏딸과 아들은 찾지않고 결혼하지 않고 근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둘째딸만 찾는 엄마를 참아내는 것이 쉽지않다.
쉽지않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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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허심탄회하게 조용조용 털어놓고 조율하면 될 것인데,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마땅한 가장 가까운 가족임에도 역설적으로 가족이라 막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잔소리 약국>을 읽으면서 물론 하나의 직장에서 자신의 손때를 묻혀가며 50여년을 지켜온 주인공의 어머니가 멋지긴 했지만 나도 자식이자 K장남인지라 어쩔 수 없이 주인공에게 감정이 몰입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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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이듯 가족간의 다툼은 공기베기이다. 상처가 물론 더 크게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엄마, 내 자식 또래가 입고 가지고 있는 좋을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내 엄마, 내 자식이 떠오르는 것. 몹시도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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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언제 끝날까라며 영원할 것 같았던 두 모녀의 재결합의 실상을, 하루하루를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원래 나의 일은 냉정하게 볼 수 없다.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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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부모를, 내가 돌볼 차례가 된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살기 힘드니까 푸념이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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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감정은 맞지만 틀렸다하기에는 애매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 하고 스스로 삭이거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술한잔 커피한잔으로 털어내고 또 살아가는게 삶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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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잔소리약국>을 읽으면
괜시리 전화기를 들게 된다.
엄마, 뭐해? 퇴근했어? 밥은? 또 대충 드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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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툴거리지만 따뜻해지는 전화한통.
그것만으로도 <잔소리 약국>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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