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여자들의 신랄한 복수극.
강지훈 2025/10/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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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수염의 딸들
- 김영주 외
- 16,200원 (10%↓
900) - 2025-09-17
: 4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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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아내>푸른 수염과 결혼한 딸부자집의 막내.
푸른 수염은 집의 모든 문을 열어도 좋지만 가장 끝에 있는 방만은 열지말라며 열쇠를 아내에게 주고는 집을 비운다.
막내의 언니들이 집에와서 막내를 꼬셔 금지된 문을 열었더니 그 속엔 막내 이전의 아내들의 시체(들)가 있었다.
놀라서 떨어트린 열쇠에는 시체의 피가 묻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푸른 수염은 이번 아내도 금지된 방을 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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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푸른수염의딸들 (#김영주 #소향 외 3명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이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이다.
제목은 과연 무슨 의미일지 유추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다섯 명 작가의 다섯개의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앤솔로지를 이루는 구조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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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인테리어 (#김영주 저)는 청부살인을 하는 가업을 피해 미군출신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왔으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선희이자 써니 의 이야기이다. 가업을 버렸음에도 쌍둥이 언니인 선주만은 그리워했던 선희의 눈 앞에 선주가 나타난다.
모든 것을 알아차린 선주는 선희를 도와주려 한다. ‘가업’의 형식으로. 짧은 이야기지만 흡입력이 상당하다. 꿈의 도시 뉴욕도 구석진 곳에 어두운 면이 있는 만큼 인간에게도 어두운 내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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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소향 저)는 남편의 외도가 간접적인(?)영향으로 아이를 잃은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진 방을 그대로 옮긴 미니어처에 집중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 다시 ‘리셋’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의 세상은 흔들리고, 그녀의 좌절감은 여자에 홀려 아이를 방치한 남편에게로 향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아이를 위해 엄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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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의자매들 (#신조하 저)은 부모에게 겁탈과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와 모든 것을 버리고(이름도)새롭게 태어나려하는 혜진의 이야기이다. 사이비적인 종교가 주된 배경이긴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환경에 비하면 모든 것이 교회가 더 낫다.
장막의 자매가 되기위해 마지막 과제는 흠없는 숫양을 데려오는 것. 그녀는 자신을 겁탈하고 돈을 뜯어낸 사촌을 바친다.
자신은 죄가 없다며 무결함을 선언하는 그 사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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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장세아 저) 는 특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숨겨두는 특수한 정신병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한 여자의 전화를 받고 남자는 미친 듯이 차를 밟지만 그 여자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사랑한다, 사랑해서 그런다라며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을 죽이고 은폐를 위해 시신을 여덟조각으로 훼손한 모두가 부러워하는 의사 남친(운전하는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자친구였다.
죽은 여성의 원혼이 복수를 하는 것 같은 내용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듣는 살인이야기는 허망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이유에서 벌어졌다. 이만큼 사랑한다고. 이렇게라도 영원히 너랑 있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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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정명섭 저) 돈벌이 수단으로 미성년자 여성들이 착취당하는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이다. 잃을 것이 많은 중년이 자신의 치부인 조건만남에 대한 증거를 지우기위해 살인청부를 한다. 연쇄살인범 ‘48시간‘의 위명일 빌려. 그러다 진짜 ’48시간‘과 마주하게 되고 청부업자와 여자, 48시간 끼리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 싸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여성으로 그려지는 것이 참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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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회에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여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약한 인물로 그려지는 대신, 법을 벗어난 행위더라도 적즉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응징하는, 일종의 복수극 형식을 취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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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책을 덮는 것 보다 나름의 통쾌함으로 덮는 것이 이 책 속에 담긴 인상을 찡그리게 하는 사회적 문제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데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감정적으로도 힘든데 어두운 현실에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물론 폭력을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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