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척 하는 어른이들을 위한 책.
강지훈 2025/09/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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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로 가는 길
- L. 프랭크 바움
- 33,250원 (5%↓
1,050) - 2025-08-28
: 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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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만화영화보다 더 먼저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가 아닌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림책이었다. 아직 글을 읽을지 몰라(글보다 그림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유겠지) 듣고(?)싶은 책을 골라 엄마에게(또는 아빠에게)들이민다. 그렇게 글을 모름에도 외워서 읊조릴 수 있을만큼 듣고 또 듣는다. 그렇게 살아가고있는 실제 세상보다 더, 책 속의 세상이 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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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시리즈 #오즈로가는길 (#L프랭크바움 지음 #존R닐 그림 #지식을만드는지식 #지만지 출판)도 100여년전 아이들에게 그런 놀랍고 신비한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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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로시와 겁쟁이사자, 양철 나무꾼(이름이 닉 초퍼인거 아셨던 분? 나 처음 앎🙈), 허수아비와 함께 각자의 소원을 이뤄달라 부탁하기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어릴적 만화영화로 보고, 한권으로 각색된 (14권이나 될 줄이야)책도 읽었었다. 인생 중반즈음의 나이에 내가 오즈시리즈를 오리지널로 보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시리즈 중 다섯번째는 <오즈로 가는 길>을 읽는 동안 잃어버렸던 동심을 되찾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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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림으로써 쓸거리를 생각하며 읽게 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시작부터 뜬금없이(?) 털복숭이 아저씨가 길을 묻고, 사과와 강아지 토토를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고 그래 동화구나 하하 그냥 읽자라며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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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등장인물들을 한명씩 만나 함께 여행하는 플롯이 이번 책에도 담겨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반가웠다. 비록 작가 상상력에 한계와 온 것 같다는 평이 있었지만 나처럼 수십년 만에 다시 도로시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좋은,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였다. 오즈마의 생일에 우연찮게(과연 우연일까?)참석하려 오즈로의 여행이 이루어지는데 책의 내용 대부분이 오즈에 도착해 오즈마의 생일연회에 대한 분량이다.
특별한 교훈 보다는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한 꼭지씩 들려주는 이야기로 복잡한 생각 없이 황금과 에머랄드로 꾸며진 오즈의 모습과 시끌벅적한 생일연회를 ‘우와’하며 듣다가 잠들기전에 자신도 그곳에 가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들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같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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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디킨스도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성경이야기를 동화처럼 썼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책의 시작부분에 자신의 첫 손주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이 있던데 손주에게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이지슷한 저자의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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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읽기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어릴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내가 아는 오즈시리즈의 주인공들인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다들 너무나 잘 잘고 있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초판본의 디자인을 따라 중간중간 변하는 색지를 보는 즐거움까지, 지금의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행복감과는 다른 종류의, 잊고 지냈던 행복을 다시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엄청난 교훈과 깨달음이 있는 어느 책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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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이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같은 마음일까?
어른들도 보기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에 푹 빠져 몰입하기 좋은 책들이 많음에도 그림책들이 꾸준히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격려와 위로, 잊고지냈던 어릴적 동심의 따뜻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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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다시 이 책의 색지를 보니 책 속에 등장했던 무지개 딸이 떠오른다. 아빠가 비가 필요한 곳에 무지개를 내린사이 곡면에서 떨어져 도로시와 같이 여행을 하는데, 나를 무지개 나라가 있는 하늘위로 초대하는 초대장 같기도 하다.
여우왕과 당나귀왕이 왜 그렇게 생일 초대장을 받고 싶어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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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멍든 어른들의 세상을 다시한번 무지개빛으로, 그리하여 심장이 부드럽게 따뜻하게 잘 뛸 수 있게 해주는 몽글몽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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