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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훈님의 서재
  • 디스펠
  • 이마무라 마사히로
  • 17,820원 (10%990)
  • 2025-09-01
  • : 7,75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공포 영화를 보면 말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지는’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삼두쪽이 오소소소 아래에서 위로 역방향으로 무언가가 쓸어올리는 느낌? 그 불쾌한 느낌에 중독되어 공포스러운 작품들이 여름마다 극장가를 찾아오는 것이겠지?

이런 경험을 하게 하는 공포, 오컬트, 스릴러 장르는 영화 장르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책으로도 ‘장르소설’이라는 범주로 여름에 주로 출판된다. 어릴적 아무 생각없이 이모부 책장에 꽂혀있던 ‘링’시리즈를 보았다가 제법 꿈자리가 뒤숭숭한 경험을 한 이후로 애써 외면한 장르였지만 #디스펠 (#이마무라마사히로 씀 #내친구의서재 출판)은 기차터널이 박혀있는 새빨간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스펠, 주문의 효과를 무효화하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이것이 왜 오컬트 소설의 제목을 차지했을까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디스펠>은 오컬트 소설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미스터리, 수사극의 성향이 강하게 담겨있다. 작가도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하나의 책에 담으려고 부던히 애썼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일, 오직 개인의 경험만이 증거의 전부인 오컬트와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되어야 하는 미스터리 추리.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서로 진짜 봤다, 증거를 보여달라 같은 말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어쩌면 점점 더 멀어져가는 선을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탐정’을 이용했다.
매력적인 탐정이 나와 자신의 논리를 펼치면 다소 논리력이 부독하더라도 탐정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몰입하고, 그 결과 탐정의 말에 ‘설득’되어버리는, 그렇게 사건의 해결이 주는 카타르시스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에 열렬한 팬이 되어버리는 ‘덕후’의 길로 들게하는 탐정물.
심지어 <디스펠>에서 그 탐정은 무려 세명이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 학급 내 남자 무리중 하나로 기억되는 스스로를 특별한 한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그 수단인 오컬트에 심취한 유스케, 자신의 영웅이었던 사촌 언니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려하는 영원한 반장, 오컬트를 믿지않는 논리적인 브레인 사쓰키, 그 둘 사이에서 중재를 하며 둘의 의견에서 허점을 찾는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미나.
이 셋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6학년 시절이 생각나 자기들끼리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늦은밤 외출금지, 스마트폰 없음, 학업외 헛짓?금지, 카페 및 식당 이용 곤란 등)초딩 탐정들임에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했다던데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쓰키의 사촌언니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언니의 노트북에 남겨져있던 7대 불가사의를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며 그 안에 남긴 단서를 찾아가면서 오컬트파인 유스케와 논리파 사쓰키의 대립이 글의 긴장감을 높인다. 어느쪽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컬트와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힌다.

그러면서도 유스케가 겪는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심지어 주인공이 초딩인 책인데 다섯번 정도 온몸에 소름 오소소소 돋게했다. 주로 밤에 책을 읽고 읽는 동안 비도 제법 왔어서 어우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소름돋았던(말 그대로)책이었다.

오컬트가 너무 강하게 앞으로 나와있었으면 현실성이 떨어져 몰입이 힘들었을테고, 논리가 너무 강했다면 오컬트는 그냥 굳이 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글 전체가 아쉬워졌을 것이다.
오히려 미스터리에서 논리가 설명해 주지 못하는 약간의 빈틈을 오컬트가 채워줌으로써 사건의 수레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굴러나가는 것이 결국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면서 추리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든다.

추리를 맞추는 것도 짜릿한 독서로 남지만, 하다하다 지쳐 끝까지 추리를 해내지 못한 책이 ‘띵작’이라는 이미지로 강하게 남는 법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디스펠>은 가히 띵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7대 불가사의를 담고있어서 불가사의 하나하나 마다 추리할 것이 넘쳐났고, 6개의 불가사의로 마지막 불가사의를 추리해야했고, 소름 돋게 하는 오컬트적 현상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마지막 남은 힘도 앗아버린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5장은 읽는 내내 모골이 송연했다.
어른이 되어 더이상 작위적인 공포물에 심장이 반응하지 않는가? 그럼 <디스펠>을 보라. 내 심장 아직 짱짱하구나를 느끼며 우리를 다시한번 괜히 무서워서 이불 밖으로 발을 못내밀던 그 시절의 나로 되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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