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반역인가.....
하나비 2001/10/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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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열흘간 중국 연변에 다녀왔었다. '민족'이 내 의식 속에 새롭게 각인된 건 그때였던 것 같다.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며, 압록강, 두만강을 바라보며....거기서 느끼게 되는 건, 어떤 민족애, 민족적 자부심이라기 보다는 그저 중국의 한 소수민족에 불과했을 고구려의 역사, 그리고 국경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 등등 지금껏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민족'이라는 감정과 코드에 상반되는 감상들이었다. 이 책이 쉽게 눈에 띄었던 것도 그때문인것 같다.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중국에서 느꼈던 감상들에 대한 설명을 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리고 민족에 대해 민족주의에 대해 크게 한바탕 파란을 일으킬 것 같은 기대감!!! 그런데 의외로 어조는 굉장히 냉철하고 논리적이다.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건 민족주의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민족주의로 포장되어 이용되어 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반론이었다.
민족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한반도에 한민족 개념이 성립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맑스와 민족문제이다. 그도 인정하듯이 맑스는 민족 문제에 대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리 큰 비중을 가지고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맑스의 유물사관과 사회혁명의 관점에서 동유럽, 특히 폴란드의 민족문제와 계급 문제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민족문제와 계급문제의 갈등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고 그것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어 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곱씹어 보게된다. 한국도 다른 제3세계 국가들처럼 민족문제와 계급문제의 갈등속에서 민족주의가 성장해왔고, 또 한편으론 왜곡되게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는 다른 제3세계 국가들의 민족주의와는 또다른 모습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바로 분단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또다른 얼개가 한국의 민족주의를 순수한 '주의'에서 벗어나 복잡한 권력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박정희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로 쓰였던 민족주의, 그리고 북한의 조선 민족 제일주의가 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도 한국 사회의 민족주의의 왜곡상을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우리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민족도 이러한 왜곡된 상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민족주의가 반역'인 것은 그것이 역사적 상황 속에서 그 순수 이념이 굴절되어 동원이데올로기로서, 또 민중 억압기제로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글들은 순수한 민족주의의 새로운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 현시대에서 다시 과연 순수한 민족 주의는 존재할 수 있을까. 프랑스 혁명에서처럼 시민을 해방으로 이끌 수 있는.......심각한 화두를 던져 주는 글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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