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책
무서운 책이 나타났다. 세상을 바꿀 책이 맞다. 그래서 무섭다. 이 책이 일으킬 반향이 무섭다. 그런데 이 무서운 일이 일어나야 하는 세상이다. 직면하고 싸워야 하는 세상이다. 세상을 바꿀 때 혼란은 있기 마련이다. 그 혼란은 더 나은 성장의 고통이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것이 있다. 이것을 세상을 바꿀 목적이 아닌 ‘스펙을 쌓아 나 하나 잘해 보자’ 하는 심보의 더러운 욕심쟁이가 나타날까봐 무섭다. 깨끗하고 순순한 것을 쉽게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따라 이렇게 했더니 서울대, 하버드대 갔다더라’(이 말은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같이 읽고 나눈 독서모임에서 지인이 한 말이다.) 하는 말이 나올까 무섭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도 어른에 대한 불만,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책상을 치고, 선생님들께 반항했던 아이 중에 하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봤지만 30여년이 지나도 행복은 성적순이다. 이유가 뭘까? 그냥 책상만 쳐서이다.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되지 않았다.
이 책은 활동가들을 위한 구제적인 행동 지침서다. 나이 들어서 활동하고 있는 나에게도 엄청 유용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은 활동을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만약 중고등학교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적어도 지금 세상은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였을 것이다.
제이미 마골린은 그레타 툰베리 덕분에 알게 된 친구다. 난 그레타 툰베리 보다 제이미 마골린이 더 알고 싶었다. 그레타 툰베리를 있게 한 인물이 제이미 마골린 같았다. 자료를 찾아도 별로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 책이 나온 것을 알고 단번에 도서관에 신청했다. 그 이유는 이런 책은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제이미 마골린이 이 책에서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왜?’이다. 활동가가 자기 길을 잃지 않고 가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순순했던 활동가들도 객관적 권력에 넘어가 사랑과 꿈을 잃지 않는가? 한 때는 물들지 않은 청춘이지 않았던가?
한 장이 끝날 때 마다 여러 분야의 청소년 활동가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다름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이 어떻게 이들을 이해하고 돕는지도 나온다. 무엇보다. 행동지침서는 예의 바르고, 청소년들이 할 수 있을 만큼만 이야기한다. 일뿐 아니라 관계, 연대, 감정조절까지 세심하게 알려 준다.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청소년들이 활동하고 스스로 활동가로서 나서고 있는가? 중고등학교 시절, 이 나라는 순수하고 깨끗한 중고생들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청소년들의 때 묻지 않은 양심과 정의가 더러운 세상을 씻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