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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님의 서재
  • 인생은 혼술이다
  • 이나가키 에미코
  • 12,600원 (10%700)
  • 2023-12-29
  • : 662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테스트 중에서 ‘혼밥 레벨 테스트’라는 게 있었다. 가장 난이도가 낮은 1단계는 ‘편의점에서 밥 먹기’, 가장 난이도가 높은 9단계는 다름 아닌 ‘술집에서 술 혼자 먹기’였다. 혼밥은 어렵지 않은데 혼술은 왜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 원초적인 궁금증이 나를 이 책, 《인생은 혼술이다》로 이끌었던 것 같다.

저자는 쉰 살에 조기 은퇴하고 싱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 여성으로, 기자로 재직했던 시절 사케를 주제로 연재 기사를 맡게 되면서 벼락치기로 사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밤이면 밤마다 사케를 마시는 나날들이 이어졌는데, 문제는 같이 마실 사람이 점점 없어졌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술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대부분이 아저씨들인 술집 안으로 ‘여자 혼자’ 들어가는 뻘쭘함을 뚫고 첫 혼술에 도전하게 된다. 선배와 한 번 가봐서 사장님과 안면이 있던 술집에서 ‘혼술 수행’을 계속할 용기를 얻은 저자는 그 이후 다른 술집을 찾아다니며 계속해서 혼술에 도전한다.

혼술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민망하거나 창피한 경험, 실패하고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는 경험도 하면서 저자의 혼술력은 점차 성장한다. 물론 거기에는 수많은 노력이 수반되었다. 무려 열두 가지나 되는, ‘혼술의 비기 12조’가 그것이다.

① ‘혼술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라 ② 1인용 자리에 앉아라 ③ 우선 조용히 가게 분위기를 관찰하라 ④ 할 게 없더라도 스마트폰은 만지작거리지 마라 ⑤ 첫 술은 빨리 주문하라 ⑥ 술안주는 천천히 온 힘을 다해 주문하라 ⑦ 술과 요리에 집중해서 맛보라 ⑧ 먹은(마신) 다음에는 고마움의 뜻을 담아 감상을 말하라 ⑨ 할 게 없으면 다른 손님의 대화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라 ⑩ 대화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라 ⑪ 우선 바 테이블 너머에 있는 술집 주인과 대화를 시작하라 ⑫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

아니 근데, 굳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면서 혼술을 해야 하나? 집에서 마셔도 될 것 같은데? 라는 말이 입에서 쏟아져나오기 직전,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혼술을 꼭 해봐야 한다고. 그건 틀림없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거라고. 좋은 방향으로, 불안이 없는 쪽으로! 혼술을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이 열릴 거라고 말이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이었지만, 성공하고 어른이 되어도 ‘혼자가 된 순간 아무 데도 못 가는’ 자신을 한탄스러워한다. 혼술 수행은, 저자에게는 내려놓는 연습이자 나를 지우고 주변을 제대로 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혼자 유유히 사람들 속에서 공기처럼 섞여드는 연습. 진정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과정. 술은 매개일 뿐, 이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를 내려놓고 시야를 넓게 해볼 수 있는 경험으로써의 혼술이라면, 나도 훌쩍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가볍게 한 잔 걸치고 싶다. 조용히 공기처럼 섞여들어 진정한 의미의 혼술을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당장은 용기가 나지 않지만, 올해가 가기 전엔 꼭 혼술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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