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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핑, 별게 다 행복
- 박수진
- 15,120원 (10%↓
840) - 2024-08-05
: 262
모든 것이 좋았던 호시절의 기억은 대체로 희미한 빛깔이다. 그러나 고통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기억은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다. 자잘한 좌절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날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다 보면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만다.
'이건 살라는 건가, 죽으라는 건가',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한, 그런 날들. 내게도 있었고 누군가에게도 있었을 저마다의 암흑기. 그 암흑의 시기를 서핑으로 이겨낸 사람이 《서핑, 별게 다 행복》이라는 책을 냈다. 책방 양도 계획 무산, 조울증 발병 등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때 저자를 일으켜 세운 게 다름 아닌 서핑이었다고. 저자에게 더없는 좌절을 주어 떠나고 싶은 곳이었던 남해, 그 바다에서 저자는 서핑을 배우며 삶의 안정을 찾게 된다.
“서핑이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 오면, 아직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확실한 한 가지는, 적어도 물 위에서는 모든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비우고 몸을 움직이며 몸과 마음 구석구석 씻고 다시 태어난다.”
내가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도 똑같다. 물에서는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바깥은 시끄러워도 물 속은 고요하고 조용해서, 오롯이 수영하는 행위에 집중하며 잡념을 잊어버릴 수 있어 좋다. 저자 역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안정한 삶 속에서 서핑을 시작한 것만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서핑에서 수십 번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경험이 저자로 하여금 인생에서 넘어졌을 때도 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길러준 건 아니었을까?
책을 읽다 보니 시원하게 파도를 가르며 서핑하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좁고 기다란 판자 위에 앉아 둥둥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때때로 인생은 싱거울 정도로 참 쉽지 않은지." 저자가 배운 건 서핑이었지만 서핑은 저자에게 인생을 알려주었던 것 같다. 인고의 시간이 주는 교훈과 의외의 행복감. 대자연 속에서 오롯이 나로 서있는 즐거움...서핑은 참 매력적인 운동이란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서핑을 배워봐야겠다. 인생을 대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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