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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1138년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1권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2권도 기대하면서 펼쳤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돼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1138년 잉글랜드는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 간에 왕위를 둘러싼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전쟁의 피비린내가 내려앉은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소일거리를 하며 다시 일상을 보내던 캐드펠 수사에게 또 다른 사건이 찾아오게 된다. 아흔 네 명의 포로가 처형당하던 끔찍한 밤이 지나고, 시신을 수습하러 간 캐드펠 수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분명 시신이 아흔 네 구여야 하는데, 한 구의 시신을 더 발견하게 된 것! 캐드펠 수사는 이 시신의 죽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교수형 당한 다른 시신들과는 달리 살해당한 한 구의 시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흔 네 구의 시신 사이에 슬쩍 시신을 끼워넣은 교활함. 이 교묘하고 잔인한 살인범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캐드펠 수사는 자신만의 기지와 명석한 두뇌를 십분 활용한다. 평상시 허브를 기르는 데 매진하고, 수사들 사이에 숨어 조용히 졸던 이미지와 사건을 추리할 때의 캐드펠 수사는 180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가 살아온 인생의 모든 경험이 수사의 베이스가 될 때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게 되었다. 작가인 엘리스 피터스가 캐릭터를 얼마나 영리하게 구축했는지, 그 탄탄한 설정에 계속 감탄하면서 읽었다.
배경설명에 꽤 많은 비중을 두었던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아 더 집중해서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2권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시작될 3권에 대한 기대감이 묘하게 중첩되는 독서 경험이었다. 왜 사람들이 최고의 추리소설로 손꼽는지 이해가 됐던 2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