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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 좋을 호(好) 자가 붙는다는 것 자체도 싫거니와, 내가 죽은 당사자여도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그런 말을 듣긴 싫을 것 같아서. 그래서 어느 상가를 가더라도 호상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상실로 인한 슬픔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지만 그걸 마음대로 재단하고 가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스린 슐츠의 에세이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뒤 겪은 상실감과 또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전, 결혼하게 될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상실과 발견을 거의 동시에 겪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의 삶이 온통 '상실과 발견'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닫고 평범한 삶 속에서 깨달은 이 진리를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냈다.
저자는 죽음을 '돌아가셨다' 라든지 '세상을 떠났다' 등 완곡하게 표현하는 게 싫었다고 말한다. 비록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할지라도 위안이 되었던 적이 없다고. 호상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나와 비슷한 구석이다. 그러나 메일 접근 권한을 되찾느라 한 통화에서 처음으로 "제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라는 표현을 쓰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을 애달프게 만든 이 상실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고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자는 곧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가혹한 사라짐'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상실이 있으면 발견이, 헤어짐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삶을 다정하면서도 예리한 태도로 재조명해나간다. 상실의 깊이는 다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잃어버리는 수많은 물건들 역시 상실의 일종이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실의 끝에는 새로운 만남도 존재하니 너무 괴로워하지만은 말라, 는 토닥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와의 헤어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때로는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의 세심한 말들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읽다 보면 상실감의 끝에 반드시 있을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는 말처럼 돌고 도는 회전목마같은. 그리고 슐츠는 그걸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읽어보면 분명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