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잡고 무대만 서면 울렁증에 시달리는 한물간 MC, 노재수. 방송사고 때문에 잘린 뒤로 사업에도 손대봤지만 가열차게 말아먹기 일쑤. 덕분에 아내 기자와의 사이는 계속 멀어지고 일용직과 대리운전을 전전하던 그에게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찮은 접촉사고로 입원했다가 보험사기 전문 집단을 만나게 된 것!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는 평범한 삶을 살던 노재수의 보험사기단 입문 및 활약(?)을 다룬 소설이다. 사실 재수는 처음엔 자신과 아내 기자, 딸 소희까지 세 명 두당 200만원씩 600만원 정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보험사기 전문가 이주삼의 코치로 얼떨결에 세 가족 1,300만 원이라는 거금에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 기자가 사업을 하겠다며 받은 보상금에 빌라 보증금까지 닥닥 긁어 나가는 바람에 재수는 또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죽을까 생각하던 그 순간, “자기 몸값은 자기가 올리는 거외다.” 라고 했던 이주삼이 떠올랐고 다시 그를 찾아가게 된다. 다시 조우한 이주삼은 재수에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하고, 같은 병실에 있던 60살 윤치영과 29살 정호연까지 가세하면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보험사기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보험사기를 전문적으로 지도해주는 ‘청강힐링학교’에서 이들은 체계적으로 보험사기 수법을 배운다. 다면적인성검사를 통해 어떤 사기 수법이 내게 맞는지를 파악하고, 보험사기의 역사, 보험의 구성과 사례분석, 의학개론, 보험사기의 성공담 & 실패담을 통한 정신교육 등을 배우며 디데이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이들을 막아서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SIS 특수조사팀 차설록 조사부장! 수많은 보험사기 검거로 금융감독위원장 표창에 서울대 총장상까지 받은 보험사기 검거 전문가. 그가 이들을 주목하면서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 거기다 차설록의 다리를 절게 만든 사고의 주인공이자 20년째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백작’에 대한 궁금증까지 겹쳐져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벽돌책까진 아니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이라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내용이 흥미로워서 그런지 몇 시간 만에 금세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SF소설이나 판타지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법하지 않아서’인데, 이 책은 마치 어딘가에 있을법한 이야기여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백작’의 정체는 생각보다 빨리 캐치해서 살짝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결말부분은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돼서 재미있게 독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 만났던 아줌마 환자가 떠올랐다. 회진 도는 의사들만 오면 온몸이 아프다, 두더지게임하듯이 어제는 여기 오늘은 저기 이런식으로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아줌마는 같은 병실 쓰는 우리에게 “나 집에 다녀올테니까 비밀로 해줘!” 라는 말을 남기고 매일같이 집을 드나들었는데. 성당 다니는 나에게 “교회 다녀야 지옥 안 간다” 라며 이상한 전도를 하던 엉뚱한 아줌마. 그 아줌마가 차설록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웃긴 상상을 해봤다. 재미있게 잘 읽히는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