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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엘리스님의 서재

 우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아름답고 날씬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별로 뚱뚱하지 않은 여성까지도 살빼기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가히 병적이다. 

   이 책은 다이어트 열풍의 원인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정치적으로 혼란스

러운 시기, 여성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더 나은 지위를 갖게 되는 시기마다  여성을 외모로써 규정

짓고 가두어버리려는 남성적 음모가 강해진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부르조아가 등장하면서 부의 상징이었

던 음식의 양이 질로 바뀌었다는 역사적 기원 또한 동의할만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주를 이루는 미에

대한 기준은 거의 서양인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정말 얇지만, 저자가 참고한 도서 목록은 정말

엄청나다. 하지만 사례 제시의 경우는 너무 고른 티가 나서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주장과 부합되는 예시를 가져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 같지만, 일부의 여성들이 그런 병적

인 식단 조절을 감행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 사회 전체 여성이 그런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다.  설문 조사한 당사자들의 학력 수준이나, 정신적인 상태, 주위 환경 같은 모든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자극적인 발언들만 골라  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160이 채 되지 않는 키에 5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 않

는다.  내가 보기에 다이어트란,  끊임없이 제시하는 상업적 광고를 자주 접하는 사람의 경우에 영향력이 큰

화두인 것 같다.  이 책은 물론 다이어트가 내포한 정치성을 전제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고 충실하

게,  그 현상과 원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내용은 이런 현상을 진단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결론 또한 뻔하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나 대응책은 제시하지 않고, 막연하게 다이어트하는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드는 이 사회에 딴지를 걸어야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 짓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논문을 쓰기 위한 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많이 배우고 생각이 깨인 여성들이

나 남성들은 몸에 대해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진 않을 것 같다.  논문을 쓰기 위해 너무 과장된 사례들만 갖다

놓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디서나 만날 법한 결론으로 책을 끝낸 것도 이 책의 결점인 것 같

다.  좋았던 점은,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학문 분야를 다룬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하고 있으며 상식적인 수준

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적인 측면에서 아주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번쯤

은 읽어볼 만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내용을, 부담없는 가격과 시간을 들여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다이어트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 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성립되면서였다는, 역사적 배경

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념이나 정신적인 문제들만큼이나,  미에 대한 이데올로기도 오랜 역사 속에서

갈등 구조를 가지고 형성되어 왔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뚜렷하게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었는데,  이 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개성을 맘껏 펼치는 시대에, 아직도 마른 것만이 최상의 미인 것처럼 강요

하는 이 사회에 대해 자그만 저항의 몸짓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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