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radox of Choice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려온 나의 부자유스러움
Ⅰ.
나는 대부분의 경우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이성적으로 노력한다. 손익을 구체적으로 따져서 즉흥적이거나 충동적 결정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도 노력한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그릇된 행동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 현상은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때가 많다. 사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용성 추단율; availability heuristic) 특정한 사물, 사건, 관념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처한 상황, 상대적 지표(지표; anchor, standard)의 영향을 받는다. 의도적으로 만든 틀(틀만들기; framing)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다. 작은 손해라 하더라도 주관적으로는 큰 문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이익이나 행운은 그 객관적 크기에 비해 작은 만족밖에 주지 못한다. (전망이론; prospect theory) 부정적인 감정은 이성적 판단을 저해한다. 즐거운 때는 판단력도 증진된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은 더 아깝다.(간발효과; nearness effect) 합격이나 승진, 연봉인상의 효과는 영원하지 못하다.(쾌락적응; hedonic adaptation)
심리학적 견해들은 부인할 수 없는 패턴들을 보여준다. 내 이성적 노력도 그리 효과적인 해결책은 못되는 것 같다.
Ⅱ.
나는 제품 비교를 많이 하며, 구매를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린다. 다른 사람들의 결정 과정과의 비교도 많이 한다. 더 싸게 살 수 없었는지, 다른 대안의 가능성을 걱정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비싼 것을 사는 건 비합리적인 태도라 생각한다. 극대화자(maximizer)다. 책에서 극대화자는 삶에 덜 만족하고, 덜 행복하며, 덜 낙천적이고 우울증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단다. 높은 기준을 설정해놓고 그걸 만족시키길 기다리면 기다리는 동안은 주관적 만족을 느낄 수 없다. 왠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만족자(satisficer)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최선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Ⅲ.
현대인들은 선택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정도는 행복의 정도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지를 사려고 할 때 너무 많은 선택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무력감마저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밝혀내기 어렵다.
‘오늘은 밥을 먹기 위해 어느 가게에 가야하나, 여행을 가서는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하나, 어떤 동호회에 들어야 하나, 어떤 자동차보험 회사에 어느 만큼 보험을 들어야 하나, 주식을 사야하나, 인터넷 서핑을 해야하나’ 수많은 선택들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예전에는 선택할 필요없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들도 있다. 이들을 선택하느라 친구들을 만날때는 항상 시간이 모자라다.
선택은 시간을 뺏는다. 선택은 역설적으로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던 편안한 환경이 거세되었음을 뜻할 수도 있다. 자유가 오히려 구속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선택이 항상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는 이유다.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규칙(rule), 예정(presumption), 기준(standard)을 정하는 것이다. 대안이 더 적고 제약이 더 많다면 많은 맞바꿈은 제거될 수 있고 자기의심과 결정의 정당화 시도는 줄어들 수 있는 반면 만족은 커질 수 있고 일단 내린 결정의 재고는 줄어들 수 있다.
Ⅳ.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현재 수준에 꾸준히 만족할 수 없다.(쾌락적응; hedonic adaptation) 특히 매일같이 부자와 호화로운 상품들을 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 때 모든 재화를 모든 사람들이 다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이러한 재화를 입지재; positioning good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가 불가피함도 알 수 있다. 입지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낭비적이며 삶을 왜곡한다. 일단 입지재를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내린다면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경쟁에서 진다-입지재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결코 더 높지 않다.
Ⅴ.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어렵다. 잘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더 어렵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에서 잘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