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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님의 서재
  • [전자책] 그냥, 사람
  • 홍은전
  • 9,000원 (450)
  • 2020-10-10
  • : 512
일반 시민을 우리는 무어라고 정의 내리고 있을까? 신체가 멀쩡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표면적으로 내뱉지는 않는 사람? 가끔씩 오래전 꿈이 떠오른다. 일어날 수도 없는 아빠가 집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나를 뺀 모든 가족들은 태평하다. 아빠는 이야기한다. "진영아, 모두가 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같은데, 그 기다림의 모양새가 다 다르지? 네가 나와 같은 모습으로 기다리게 될까 미리 두려워하지는 마. 너와 나는 똑같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세상의 변화는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닥쳐온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작된다고 작가는 말한다.(비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며칠 전 도서관 반납 기한을 놓쳐 책 한 권을 연체 상태로 만들었다. 다른 시기에 빌린 책들까지도 함께 반납을 해야만 하나 걱정하며 퇴근을 하고, 밥을 챙겨 먹고, 도서관에 들려(공원에 둘러싸인 곳이라 계단을 오르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연체된 책 한 권만 반납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감사함을 느꼈다만, 만약 내가 산에 오르다 발을 다쳤다면 이것이 수월하게 진행되어 도서관을 똑같이 감사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발견하게 될 계단을 생각하며 막막함을 느끼겠지.

허리를 다친 아빠와 함께 걸었던 겨울이 떠오르기도 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위험 속에 살기에 일어날 위험에 대한 대비와 일어난 사고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유"겠지만, "다리 아픈 엄마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며 천천히 걸었을 인숙의 딸과 그런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종종걸음을 쳤을 인숙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며(엄마와 딸의 거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의 확고한 시스템"(유재석, 김연아, 그리고)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쉬운 책은 아니었다. 아빠에게 말은 못 했지만, 내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버텨달라 빌었던 어릴 때가 겹쳐져 퇴근길에 한참을 울었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이야기에서 함께 갔었던 옆 동네 마트를 생각하며 덮으려던 마당에 "너무 아파서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는 이에게 눈을 감아도 괜찮다고, 다만 네가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다시 봄 마주하기), "오래전 누군가의 죽음을 통과하면서 울었어야 할 울음을 뒤늦게 울었다. 끝내 모른 채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던 것을 이제라도 애도할 수 있어 다행이다"(늦은 애도)라고 이야기하는 이에게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은 우선 끝까지 넘기고, 기억하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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