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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istorian님의 서재
  • 중동전쟁
  • 임용한.조현영
  • 22,500원 (10%1,250)
  • 2022-11-30
  • : 2,304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을 다루는 좋은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사실, 필자는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는 해외의 전쟁사 서적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때때로 잘 이루어지지 않은 번역체의 문투가 독서의 흥미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문명권의 어느 독자의 배경지식은 고려할 리 없는 전문적인 서술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한국인 전문가가 일반 대중의 지식 수준을 고려하면서도 내용의 깊이는 챙기는 본서와 같은 전쟁사 서적이 반갑기 그지 없다.


필자가 본서를 재미있게 읽은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물들의 서사가 방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48년부터 ‘욤키푸르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제4차 중동전쟁이 1973년까지 시대적 범위가 결코 짧지 않기에, 관련된 인물들을 꼽자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서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 기나긴 이야기는 이집트의 가말 압델 압세르와 안와르 사다트,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모세 다얀, 이츠하크 라빈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쟁의 줄기와 이들의 서사를 집중하여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우위로 인식되기 쉬운 중동전쟁의 서사의 한 축을 명확하게 이집트에 두고 여기에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서술의 균형추를 맞추고 양자의 대결구도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다. 가령, 제2차 중동전쟁에서는 이집트의 군사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나세르가 국내정치와 아랍세계에서 확고한 권위를 차지하게 되는 “최종승자”였음을 강조하며, 제4차 중동전쟁에서는 사다트가 절치부심을 통해 전쟁 초기 전황을 유리하게 이끄는 모습과 이스라엘의 오판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셋째, 저자는 냉전 세계의 두 강국인 미국과 소련이 각각 이스라엘과 아랍권들을 배후에서 지원한 단순한 구도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두 국가가 자국의 무기들을 중동에 쏟아붓기는 했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 중동세계의 분쟁 확대를 원하지 않았으며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모든 것을 알고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 소련 역시 “미국의 힘을 제일 잘 알거나 제일 과대평가”했기에 군사 개입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 이집트 또한 시시때때로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사실 등 국제관계의 복잡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본서의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피로 쓴 평화”. 즉,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무수한 실패와 희생을 통해 겨우 공존의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나라의 지도자였던 사다트와 라빈마저도 자신을 “평화의 제물”로 바쳐야 했지만 말이다. 물론 적어도 두 나라 간의 군사적 분쟁은 이로써 종결되었지만 이것이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이란에는 여전히 요원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이었다고만 평가하기엔 불충분하다. 이후 중동세계의 분쟁은 더욱 커져만 가지 않았던가.

『이슬람 전사의 탄생』(정의길, 2015)은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이 사다트의 암살로 대표되는, 세속주의 정부를 타도하려는 지하드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짐으로써 오늘날의 중동분쟁을 이끈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어찌보면 네 차례의 중동전쟁은 그 자체로 프롤로그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저자가 중동전쟁을 통해 전달하려는 평화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리고 필자 또한 이에 공감하는 바이다. 본서에서 인용한 사다트의 이스라엘 국회 연설문의 한 문장을 되뇌어보며 소감을 마무리한다.


건축물의 폐허나 희생자의 발자취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나오지 않습니다. 항상 패자는 인간입니다.

- 안와르 사다트의 이스라엘 국회 연설문 中 (1977.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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