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라면 알겠지만, 고양이도 인사를 한다. 고양이 둘이 만나면 서로 코 뽀뽀를 하거나 눈을 꿈뻑이는데, 이는 고양이 세계에서 인사다. 빤히 쳐다보며 인사를 하지 않으면 싸움이 붙는다. 인사를 건너뛰는 건 고양이 사회에선 싸우자는 거다.
필자는 초등 저학년 때 웃어른께 인사를 잘하던 아이었다. 어느 날은 모르는 할머니가 인사를 해주어 고맙다며 돈을 쥐여주기도 했다. 인사 로봇이었던 필자가 자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대체로 반항기인 남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장난치다 쓴소리 들으면, 계단이나 복도에서 단둘이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하고 간다. 분명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지만, 보통의 아이들처럼 "안녕하세요~!" 를 않는다. 아마 소심한 복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아는 얼굴이면 반자동으로 인사하던 필자도 언제부턴가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인사 안 하기를 홀로 다짐했다. 사람끼리 인사는 지나쳐도 싸움은 안 나지만 서로 찜찜해지기 좋다. 그런 복잡 미묘한 사회적 행위 '인사'를 작가는 잘 포착했다.
표지부터 눈길이 간다. 주인공 캐릭터의 눈을 보라. 분명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데 눈동자는 서로를 흘긋 쳐다보고 있다. 하지 않았더니 무언가 불편하고,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빨간 여우 아이의 옆집에 파란 늑대 어른이 이사 온다. 처음엔 각자의 사정으로 인사를 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 뒤에는 서로 오해를 하게 되어 인사를 하지 않는다. 오해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버스 안에서 대면하게 되는데...! 결국,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될까요?
책을 다 읽고 덮으면 한 편의 만화나 웹툰을 본 느낌이다. 하지만 말풍선도 없고, 칸도 없고, 그림책 형식이므로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칭해도 되지 않을까? 그림책툰 같은 거 말이다. 절제된 색상은 주인공을 따라가는 힘을 준다.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이 사는 도로명 주소는 '마음대로' 이고, 거리의 간판과 풍경도 아기자기하다.
인사를 망설이는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먼저 인사하다 씹혀 상처받은 어른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