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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eee님의 서재
  •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이충렬
  • 12,600원 (10%700)
  • 2017-04-14
  • : 123

비포장도로를 향하여

‘남들이 잘 갈고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게 확실히 편안하다’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익숙해 보이는, 그렇게 익숙해진 길을 걷는다. 그러나 주변 따라 물 흐르듯 그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남들보다 앞장서서 험난할 수도 있을 길을 판판히 다져놓은 학자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의 발자취를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이다.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은 국제법이라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력 향상에 공헌한 백충현 교수의 일생을 담은 전기이다. 확실히 ‘국제법’이라는 개념이라든가, ‘백충현’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은 문제들이다.

육영수여사 저격 사건에 국제법을 바탕으로 일본의 책임을 물었던 것부터, 프랑스에게서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받기에까지. 조용하고도 치열한 국제법 연구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었기에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독도 영유권에 있어 꾸준히 억지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날치기 협의로 다시 진행되어야 할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또한 국제법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되어 알고 있던 구체적 근거들이 사실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하여 그 타당성을 더욱 빛낼 수 있었다는 것에 새삼 놀랍다. 특히 <관판실측일본지도>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국제법적 소견과 그 가치를 밝히며 나아가 결국 영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그것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울퉁불퉁했던 그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국가의 분쟁은 외교의 힘으로 해결된다고 믿기 쉽지만 외교의 힘은 항상 법적 이론이 뒷 받침할 때 비로소 정당한 방법으로 행사될 수 있다.”

 

서교동의 조그마한 방에서부터 시작해 서울국제법연구원을 설립하기까지. 백충현 교수는 위와 같은 지론을 바탕으로 뜻있는 사람들과 국제법 연구 모임을 가지며 한국적인 관점에서 이를 발전시켜갔다. 차근차근 그 기반을 다져나가며 외교 문제에 국제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그의 자세가 많은 후대 학자의 귀감이 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학자뿐만 이었을까? 비포장도로를 향하여 끊임없이 돌진하는 그를 접한 순간, 독자는 어떠할까?

다 읽고 나면 마치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영화를 몇 편 본 듯하다. 억울한 분쟁을, 그 진실을 밝히고자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일생에서 하나하나씩 그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같이 울고, 또 웃게 된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한 남은 답답한 분쟁들을 계속 생각하게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그가 제자에게 강조하던 이 말이 귓가에서 맴돈다. 미완의 저서 <독도와 국제법>을 이젠 우리 스스로가 함께 알아가며 완성해야할 차례인 듯하다.

 

 

사람의 인생에서 전해져오는 동기부여

 

“한 인물을 통해 지난 시대를 바라보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시야를 넓히면서 사고의 깊이를 깊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전기는 과거를 바라보는 창문인 동시에 현 재와 연결되는 역사의 통로 역할을 한다.”

 

역사의 조각들이 현대의 연결고리로 활용될 수 있게끔 부단히 연구한 그의 자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고에 문을 두드려 깨어나게 한다. 역시 역사의 주체인 사람, 그의 인생에서 전해져오는 동기부여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바람 잘 날 없는 외교 문제 속에서 백충현 교수의 인생은, 이 책은 적어도 어떤 관점으로 이 상황을 주시해야하는지의 갈피를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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