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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en님의 서재
  • 다자이 오사무×청춘
  • 다자이 오사무
  • 14,400원 (10%800)
  • 2024-05-30
  • : 430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첫 작품 <인간 실격>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함께 20대 초반 나에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에 더욱 충격이었던 것 같다.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자신의 부끄럽다던가 나약한 모습, 자기혐오적인 속마음을 저렇게 섬세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다니.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게 한순간에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청춘의 열병, 부끄러움, 내면의 흔들림을 글로 이렇게나 마음 속 깊이 다가올 수 있는 작가를 꼽을 때 그는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가 중 하나였기에 이번에 북다에서 나온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의 조합을 보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당연했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서른여덟살에 연인과 동반 자살로 생을 마친 다자이 오사무. 그의 파란만장한 삶 덕분일까 사소설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많음에도 각각의 작품이 다른 개성으로 읽힌다. 일본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한 '달려라 메로스'부터 자신의 자살 시도 경험을 투영한 '어릿광대의 꽃'과 '우바스테'를 비롯한 열두 편의 단편은 주제에 걸맞게 청춘으로 가득했다.

'우바스테'에서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예전 함께 여행했던 온천마을로 떠난 부부의 결말은 마치 희극을 보는 것도 같다.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해학과 섬세함, 마지막 씁슬한 여운이 잘 드러나 외도, 자살이라는 소재임에도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여학생' 처럼 그의 작품들 속에는 세상의 법칙과 사회의 평균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이들의 괴로움이 항상 어딘가에 깔려 읽고나면 마음이 헛헛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결코 찰나주의자는 아니지만, 너무 먼 산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가면 경치가 좋을 거라고들 말한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고,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렇게 심한 복통을 앓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며 그냥 조금만 더 참아라, 저 산꼭대기까지 가면 다 해결된다, 하고 그저 그렇게만 가르친다.

분명히 누군가가 틀렸다. 나쁜 건 바로 당신이다.'(P262)

1939년 발표된 작품 속 글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마도 지금의 많은 청춘들의 상황이고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P184)

정말이지 그런 것 아닐까. 나약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젊은 세대를 나약하다고 말하기엔 기성세대도 자신의 청춘을 돌이켜보면 나약했고 부끄러웠으며 흔들렸을텐데 말이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끄러움과 절망을, 자기혐오에 몸부림치면서도 그것을 글로 탄생시키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강인함 때문이다. 북다의 좋은 기획 덕분에 오랫만에 만난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역시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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