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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자작나무야님의 서재
  • 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 헤르만 헤세
  • 20,700원 (10%1,150)
  • 2026-05-18
  • : 3,640

"모든 귀한 삶의 지혜들을 실현할 수 있는 건 오직 유머뿐이다."

p.5 헤르만 헤세


종종 생각한다. 삶의 매 순간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바라봄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경직되게 만든다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일을 심각하게 생각해서 도리어 걱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대로 심각한 일을 웃어넘기며 인생을 정반대의 순간으로 가져다 놓기도 한다.


때론 직각이 된 어깨를 툭 떨구고 힘을 좀 빼도 된다고 책은 말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인간의 고통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헤르만 헤세의 유머에 대한 통찰이 담긴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미발표작인 단편소설, 시, 직접 기록한 일화들과 헤세의 주변 사람들이 느낀 작가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음악의 기쁨을 소유해야 하는데, 그 기쁨이란 다름 아닌 용기이며, 세상의 공포와 불길 속에서도 쾌활하고 미소 짓는 발걸음과 춤이며, 축제의 제물과 같은 것이다. 세상의 공포와 불꽃 한가운데서 명랑하게, 미소 지으며 걷고 춤추는 것. 이 명랑함에 도달하는 것이 나와 나 같은 많은 이들에게는 가장 높고 고귀한 목표다." - ⟪ 유리알 유희 ⟫에서 -


책 안의 첫 번째 단편부터 인상적이다. < 작가와의 만남 >에서는 한 작가가 강연 초청을 받고 한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숙박하게 된 한 집주인의 아내가 등장하는데 밝고 명랑한 성격이다. 그 집주인 아내는 강연으로 힘들고 초췌한 작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무너무 기대돼요. ... 글쎄요. 실컷 웃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없으니까요!" 이 단편은 7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인생에서 유쾌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편이라 인상깊었다.


두 번째 단편 < 가지지 못한 사람들 >은 더 익살맞은 작품이다. 젊었을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파산한 공장주이며 성격이 괴팍한 휘를린이란 노인이 특별수용시설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 소설이다. 해학적인 요소가 빛을 발하는 이 단편도 단숨에 읽혀진다.


공장주는 밧줄공의 갈비뼈를 걷어찼고, 육탄전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처음 주먹으로 맞붙었지만, 분노보다 허약함이 훨씬 더 컸고 그래서 어느 쪽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 모두가 영웅이었고 아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p.61


그 외에도 19편에 달하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진지하다고만 생각했던 헤르만 헤세의 반전 작품들이다. 유머스러운 내용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헤르만 헤세를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책 안에 실린 헤르만 헤세의 장난기 가득한 사진의 표정과 그림들이 잘 어우러져, 책에 흥미를 더해준다.


나는 예술에서 늘 장난기를 즐겼고, 소년과 청년 시절에도 대개는 오직 나만을 위해 아주 즐겁게 일종의 초현실적인 시를 자주 썼으며, 지금도 여전히, 예를 들어 잠 못 이루는 새벽에, 그렇게 한다.

p,134


차트 2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농담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짧고 다양한 시는 헤세가 시상이 생각날때마다 메모지에 휘갈겨 쓴 것 같은 내용같이 느껴졌다. 곳곳에 숨어있는 따뜻함을 담은 시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위로의 말(1957)

세상의 사암학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세상을 가슴에 품는 것은,

쉴러가 그랬던 것처럼

영겁의 세월 동안

가슴에 깃든

정의와 이상 때문이다.

깜짝 선물(1947)

삶은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

우리를 기쁘고 즐겁게 하는 아주 작은 선물

예를 들어, 내 책상에 놓인 장미꽃

누가 놓고 갔을까?



차트 3에서는 이야기꾼 헤세가 고쳐 쓴 짧은 글, 파트 4에서는 헤세가 직접 기록한 짧은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차트 5에서는, 헤세 곁에서 그를 지켜본 지인들이 전화는 일화들이 담겨 있다. 여기서는 헤세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쓴 글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도 아니다. 그래서 헤세 자신도 몰랐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다양한 일화들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의 헤세를 만날 수 있고, 친구들과 헤세의 소중한 추억 속 한 단면과도 만날 수 있다.


아래의 대화처럼 피상적으로 만나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 남자의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


"미안합니다. 불행히도 갈 수가 없습니다."

"왜 안 되십니까?"

"쉬지 않고 일하는 기간이 있는데, 목요일이 그 중 하루입니다.!"


"그럼 금요일날 오세요."

"그날도 안됩니다. 그때는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아주 철저히 쉬기 때문입니다.!"

p367



이 책을 읽으면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수용소는 거대한 게임을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영화 곳곳의 진지한 순간에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 책 또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와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고 느꼈다. 헤르만 헤세가 늘 고뇌하던 인간의 고통에 유머 한 스푼을 넣어 따뜻하게 풀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엉뚱한 면모에 빠져들었다. 또 헤세의 지적인 유머스러움을 배우고도 싶어지고, 그의 재치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책을 보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었다. 언제나, 늘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무겁게 느껴졌다면, 한 발짝 물러나서 유쾌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 <너무 진지하게 여지긴 말아요>처럼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나 자신과 대면하고 싶어진다. 유머 하나로 삶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그 가벼움이 경박하거나 얄팍한 가벼움은 결코 아니다. 삶이 힘들 때, 그 무게를 덜어주는 가벼움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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