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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자작나무야님의 서재
  •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
  • 이유선
  • 15,750원 (10%870)
  • 2026-05-11
  • : 365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나는 살고 싶어서 달렸다. p.190


유럽 이곳저곳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저자 이유선님은 일하는 시간을 빼면 달리기를 하거나, 산에 오르거나, 글을 쓰신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달리기는 휴게소같은 2년간의 포르투갈 생활을 지나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자신만의 한계에 도전하며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달리기의 스킬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달리기라는 과정을 통해서 저자의 삶이 단단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 밖을 나가기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누군가에게는 1분도 안 걸릴 일이 내게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p.14



31살 한국에서의 불안한 미래와 열패감을 뒤로한 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저자는 그곳에서도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아일랜드는 흐린 날이 대부분이고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를 가진 나라이다. 이런 날씨는 우울증과 무력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해외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열등감까지. 저저의 힘들었던 마음 상태와 맞물려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인생이 꽤 근사해지지 않을까? p.28



어느 날 남편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한 저자는 동네 공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고 1년 반동안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무엇하나 끈덕지게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알기에 달리기도 한번 시도해 본 해프닝으로 끝이 날뻔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결국 인터넷으로 산 바지가 맞지 않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저자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시작은 저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달리기는 내 속에 고인 물을 흔드는 비였고, 바람이었다. p.56

작은 실수 하나에 과자 조각처럼 부서지는 마음이 나에게 건네는 격려와 칭찬으로 벽돌처럼 지은 집이 되는 것. 이것이 달리기가 알려준 삶의 신비였다. 달리기는 그렇게 내 두 다리만이 아닌 내 삶을 움직이고 있었다. p.57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달리기는 포르투갈로 이사를 가고 이곳에서 10킬로미터 대회에 도전하며 달리기를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나라 이탈리아에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까지 저자의 달리기 여정은 계속된다.


하프마라톤 달리기를 '완주'하는 대목에서는 나까지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 18킬로미터를 지날 때쯤 만나게 된 사점(死點), 2시간 넘게 달려서 19킬로미터에서 멈춘 달리기와 곧 이은 강한 통증. 그리고 결승전을 통과하고 왈칵 눈물을 쏟는 모습까지.


이 모든 과정이 우리들의 인생을 축소해서 비춰주는 듯했다. 수없이 많은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은 결승점에 도달하는 모습은 탄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굴곡진 삶과 닮아있었다.


그 모든 고통과 불안을 견뎌내고 완주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은 단 몇 마디 말로 담아낼 수 없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삶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 메달에 각인된 기록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을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마음속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p.150


저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를 통해서 한계에 도전하고, 이뤄냈다. 늘 미완성이었던 삶을 완성으로 바꿔주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감히 알 수 없지만, 가슴속에 피어난 메달과도 같은 불씨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저자에게 원천적인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1992년 겨우 여섯 살이었던 나는 그가 목에 건 금메달의 무게와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몬주익 언덕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p.165


저자는 황영조 선수가 힘겹게 달렸던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에 올라간다. 그곳에서 황영조 선수의 위대한 업적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나는 궁금증이 동하여 황영조 선수에 대해 인터넷으로 더 검색해 보았다. 내가 가보지 못한 몬주익언덕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통해서 가보지 못했던 장소에 숨쉬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만나게 되었다. 뜻깊은 수확이다.


또 다른 수확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라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은 가지게 된 점이다. 나는 마라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나오는 마라톤이나 달리기 용어가 나오면 검색해 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니 동네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마음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달리기뿐 아니라 어떤 작은 일이라도, 쉽게 포기하는 사람과 꾸준하게 이뤄낸 사람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꾸준함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달리는 저자의 성장을 같이 따라가면서, 나는 단순히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연한 시작, 작은 계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고비를 만나고 결국은 내면이 단단한 결정체가 되는 것이다. 운동도, 공부로, 인간관계도 그 어떤 것도 하루아침에 완전체가 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에세이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한 흥미로움과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좀 더 도전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좋았던 문장들

결승전을 통과하지 않는다 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가 '완주'였다. p.183

우리는 각자의 길 위를 달리는 마라토너다. 남은 거리와 제한 시간은 다르지만,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본 순간부터 완주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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