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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fwkrnrs님의 서재
  • 블랙잭 창작비화 1
  • 요시모토 코지
  • 9,000원 (10%500)
  • 2013-06-19
  • : 121


제 아무리 글을 잘 쓰는 뛰어난 작가가 이 사람을 묘사한들

만화로 표현된 이 작품보다 더 나을 것 같진 않다.


한 사람이 있다.

하루에 21시간 만화를 그렸고, 

1년에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주제와 캐릭터가 다른 열 가지의 작품을 여러 잡지에 동시에 연재했고,

한 작품이 종료되면 바로 다른 작품을 시작하는 사람.


하지만 '마감'이라는 채찍이 없으면 그림을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담당 편집자들은 그의 만화를 받아가기 위해 작업실에서 그를 감시하고 

연재를 맞추기 위해 그를 몰아부치며 고리대금업자처럼 막 태어난 작품을 수금(?)해 갔다.


이 책은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렸던 테즈카 오사무라는 만화가의 <창작비화>집이다. 평생 주제가 다른 50편이 넘는 만화(게다가 거대한 장편)를 그렸고, 우리에게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불새> <붓다> <리본의 왕자> 등 오래 전 TV로도 방영되어 알려져 있는 만화들이 있지만 이 책에는 <블랙잭>이라는 의사 만화를 연재하던 시절, 테즈카 오사무에 대한 동료들과 편집자들 그의 가족들의 기억하는 테즈카 오사무의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다. 


 <블랙잭>을 연재하던 기간이 중심이 된 것은, <블랙잭>이 하마터면 스럼프에 빠져 시대에 뒤쳐져 사라져 버릴 뻔한 그의 창작 활동에 다시 불을 지핀 작품이었고 이 작품으로 인하여 제 2의 전성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자동차 바퀴의 그림자를 연구하라며 어시스턴트를 몰아댔고, 

기성품인데도 그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동네에 사는 컵라면(키츠네 우동)을 먹어야 작품을 

시작할 수 있다며 한밤중에 택시를 불러 사오게 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마감을 맞추기 위해 담당 편집자들이 배경선을 대신 그려넣기도 했지만 

작품의 수준은 덩달아 높아야 했기 때문에 아니다 싶으면 8시간을 쉬지 않고 완성한 

만화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괴짜이기도 했다. 


<여러분 알겠습니까, 16페이지만 있으면 뭐든지 그릴 수 있어요>


<장편을 그리기보다는 수없이 많은 단편을 완성해주세요. 그게 실력이 향상하는 지름길입니다>

 

 데즈카 오사무라는 천재의 창작 비밀은 이 두 줄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블랙잭>과 <불새>는 각각 22권, 17권(국내기준)인데 <블랙잭>의 경우는 캐릭터가 1인으로 이어지고 <불새>는 불새를 찾는 내용으로 캐릭터는 다르지만 주제가 이어진다. 수많은 단편이 쌓여 <블랙잭> 22권이 되고, <불새> 17권이 되는 셈인데 이것은 데즈카 오사무가 자신이 말한대로 스스로 증명하여 얻어낸 <수많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결과인 셈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책은 창작/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직장에 다녀서 시간이 없고,

  아이를 키우느라 가사에 치여 시간이 없다.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오늘은 그냥 하루 쉬고 싶다.

  


  그렇게 지내느라 예술을 포기한 시간이 얼마인가... 

 

  그래봐야 만화가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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