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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의 알라딘서재
  •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
  • 하라카와 다이스케
  • 15,120원 (10%↓840)
  • 2026-10-20
  • : 570
엄마 아빠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오래 안 아프고 가야 할 텐데.”
“치매는 안 걸려야 할 텐데.”

그 말을 듣는 딸의 입장에서는 참 언짢다. 안 아프면 좋겠고, 치매에도 안 걸리면 좋겠다. 무엇보다 오래오래 내 옆에 계셨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런 말 마. 엄마 아빠는 건강하실 거야.”라고 대답한다.

물론 부모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일 테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기억까지 흐려진다면 돌보는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 걱정이 먼저 드시는 거겠지.

나도 말은 씩씩하게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있다.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어떡하지. 내가 부모님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주렴>>은 그런 내게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을 함께 건넨 책이었다.

20년 넘게 요양 현장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봐온 하라카와 다이스케는 언젠가 자신이 치매에 걸릴 때를 생각하며 딸에게 스무 통의 편지를 써두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달라는 부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오히려 딸에게 계속 “괜찮다”고 말하는 편지에 가까웠다.

힘든 게 당연하다. 화가 나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잠시 돌봄에서 벗어나 여행을 다녀와도 된다. 요양시설을 이용한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 말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막연하게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는 말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내가 어떤 문제를 겪게 될지, 어떤 걱정을 하게 될지, 얼마나 두려울지 요양보호사의 입장과 아빠의 입장에서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요양 서비스, 시설 선택처럼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함께 담겨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자신을 어린아이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딸이 어렸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이 있었고, 때로는 화도 났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때의 자신이 나쁜 아빠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훗날 자신을 돌보다 힘들고 화가 나고 좋지 않은 생각이 들더라도 스스로를 나쁜 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단을 쓰는 중에도 코끝이 시큰하다.

본인이 치매에 걸렸을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적어둔 편지가 아니었다. 끝까지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딸이었다. 혹시 딸이 마음고생할까 봐, 몸이 힘들까 봐, 죄책감에 자신을 괴롭힐까 봐 미리 괜찮다고 말해두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아프기 전부터 아픈 뒤의 순간까지 자녀부터 생각하는 부모 마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나니 부모님이 “치매는 안 걸려야 할 텐데”라고 말씀하실 때 왜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도 알 것 같다. 나는 부모님이 아플까 봐 겁이 났고, 부모님은 자식인 내가 힘들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미리 알아두면 좋을지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돌보는 사람이 힘든 건 당연하다는 위로와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치매와 돌봄이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도 부모님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 번쯤 걱정해본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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