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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의 알라딘서재
  • 고기 장수 박세죽
  • 김해원
  • 13,500원 (10%750)
  • 2026-04-30
  • : 1,530
#협찬 #서평


>>
나는 내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흔해서였다. 학창 시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늘 이런 말이 따라왔다.
"큰 ○○○이요? 작은 ○○○이요?"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여럿 있었고, 사람들은 우리를 구분하기 위해 다른 기준을 찾았다. 성적이 좋은 아이, 키가 큰 아이, 예쁜 아이, 날씬한 아이. 이름보다 먼저 비교가 따라붙었다. 그 순간이 참 싫었다. 나는 그냥 나인데, 왜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야 할까. 왜 내 존재를 설명해야 할까.

<<고기 장수 박세죽>>을 읽으며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다.

세죽은 백정 마을에서 자란 소녀다. 엄마를 대신해 고기를 팔러 다니지만 사람들은 세죽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백정의 ㅅㄲ라고 부른다. 세죽이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던 이유도 이해가 갔다. 나는 이름이 너무 흔해서 싫었지만, 세죽은 이름보다 먼저 따라붙는 차별이 싫었을 것이다.
난 그저 세죽이일 뿐인데.

왜 누군가는 나를 백정의 ㅅㄲ라고 부르는 걸까.
어린 세죽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사랑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세죽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왔다.

세죽은 처음부터 용감한 아이가 아니다. 놀림을 받으면 상처받고, 차별을 당하면 위축된다. 하지만 양반집 딸 선옥을 만나고, 연극 무대에 서고, 학교를 세우려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남들이 붙여 준 이름표를 떼어 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 과정이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로 그려져 더욱 마음을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책 속 여성 인물들도 인상적이다. 몸이 불편해진 뒤에도 굽히지 않는 엄마 가실, 세죽을 응원하는 마을 사람들, 신분의 벽을 넘어 친구가 되어 주는 선옥까지. 그들은 세죽을 대신해 싸워 주기보다 세죽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지켜 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실제 역사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형평운동이라는 낯선 역사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학교에 가고 싶었던 아이들,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평등이 왜 중요한지 저절로 알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모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익숙하다. 엄마라는 호칭 다음으로 많이 듣는 이름이다. 누군가 "모도"라고 불러 줄 때마다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쌓아 온 시간들이 함께 떠오른다.
세죽 역시 그런 마음이었을까.

태어나면서 얻은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 낸 이름. 존재의 이유가 되어 주는 이름.
<<고기 장수 박세죽>>은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백 년 전 한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세상 앞에 당당히 내놓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 이 서평은 푸른숲주니어(@psoopjr)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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