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와 난민 소년
쩡이 2026/01/2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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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메시와 난민 소년
- 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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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6-01-19
: 320
#서평
>>
“기억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일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야기.
길가메시와 난민 소년이라는 소재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저자가 직접 쓴 서문에서 밝힌다. 저자의 의도를 알고 읽는 소설은 빠르게 몰입하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
<<길가메시와 난민 소년>>은 위 질문에서 출발해, 고대 신화와 오늘의 교실을 연결한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학교, 익숙한 그곳에서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다.
주인공 타히르는 전쟁을 피해 이라크에서 한국으로 온 난민 소년이다. 한국 중학교에 다니며 발야구를 하고, 비빔밥을 먹고, 친구들과 웃고 다투는 모습만 보면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의 일상에는 늘 불안이 따라다닌다. 난민 심사 결과에 따라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큰 체구와 낯선 외모 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견디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교가 아이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그곳은, 때로는 사회만큼이나 잔인하고 아프다. 아이들이라서 덜 아플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 이 소설 속 학교 역시 안전한 울타리라기보다, 아이들의 말과 시선, 조롱이 쌓이며 상처를 키워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같은 반 친구 아민과 세아를 중심으로 한 세 아이의 관계도 우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공존한다. 닮은 듯 다른 처지에서 생긴 불편함, 배려하려는 마음과 엇갈린 감정, 말하지 못한 오해가 겹치며 관계엔 틈이 생긴다. 악의 없는 말 한마디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결국 타히르의 삶 전체를 위험하게 만든다.
상황을 사실감 있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점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기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더욱 실감 나게 느끼도록 말이다.
이 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의 스토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전설 속 길가메시는 강한 힘을 가졌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이다. 그는 친구 엔키두의 죽음 이후 영원한 생명을 찾아 떠나지만, 결국 인간은 기억과 기록 속에서 살아남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소설 속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가장 절박한 목표인 난민 소년의 삶은, 길가메시의 여정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특히 신화 속 우정이 오늘의 교실에서 다시 쓰이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기록’이라는 장치가 더해진다. 점토판에 남아 전해진 신화처럼, 아이들의 증언서와 메모, 교사의 기록은 사라질 뻔한 한 소년의 존재를 되살린다는 장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길가메시와 난민 소년>>은 억지 교훈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가 어떻게 흔들리고, 연대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지는지를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다름"
틀림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는 사유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다. 이 소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개인의 성격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맺고 있는 관계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읽고 난 뒤에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마음에 남는 소설이라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사유와공감(@saungonggam_pub)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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