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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무조아의 서재
  •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 최선주
  • 17,100원 (10%950)
  • 2022-03-03
  • : 314

   자녀들이 있는 부모님들이라면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이라면 자녀들과 함께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립 중앙박물관이나 국립 경주박물관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서 들르기도 하고, 자녀들이 수학여행 때 가보기도 하여 익숙할 것으로 생각된다. 시간을 내어서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경우가 아닌 특별한 사례로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대구전’이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군다나 대영박물관을 보러 영국까지 갈 계획이 없던 터에 우연히 전시 홍보를 접하고서 가족들과 관람하고 온 기억이 난다. 대부분 그렇듯이 박물관에 가게 되면 그냥 눈으로 대충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게 되어 시간이 흐르면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배운 문화재나 유물 등을 직접 볼 기회가 없기에 굳이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교조각사를 전공한 최선주 현 국립 경주박물관장님의 신간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를 읽으니 박물관에서 하는 일이 문화재나 유물들을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단순하게 진열해 놓는 것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문화재나 유물 등을 전시하는 과정들이 수많은 사람들과 기관의 협의와 협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앞으로 박물관을 찾을 때는 다른 시각으로도 전시물을 보게 될 것 같다. 국립 중앙박물관과 지역 소재 13개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는 큐레이터는 현재 200여 명이라고 하는데 국립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박물관 관련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해야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선주 국립 경주박물관장님은 대학교 첫 답사 때, 논산에 있는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만나면서 큐레이터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답사 후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은진미륵에 대한 설명은 규모만 크지 조화와 균형을 갖추지 못한 고려 초기를 대표하는 거대 석불로만 거론되고 있어서 어떻게 이런 거대한 불상이 그곳에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그 제작 배경이 궁금해져서 불교미술을 공부하는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틈만 나면 유적지를 찾아다니게 되고 불교 공부와 사찰탐방에도 나서게 되었고 관촉사 은진미륵에 대한 호기심은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인 「고려 전기 석조대불 연구」와 「고려 초기 관촉사 석조보살 입상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정민 선생님의 저서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처럼 어느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흔히 하는 말로 필이 꽂혀서 미친 듯이 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큐레이터, 불상을 마주하다’에서는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논산 관촉사의 거대한 석조보살상이 저자를 박물관 큐레이터로 이끌게 된 과정과 존재조차 몰랐던 임실 진구사 터의 석조불상을 처음 발견하게 되어 소개한 일과 국립 춘천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영월 창령사 터 오백 나한상과의 만남 등 저자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특별히 인연이 깊었던 불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부 특별전, 이 땅의 특별한 이야기’에서는 늘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가 아닌 정해진 기간에만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유물들을 볼 수 있는 특별전에 대해서 설명하며 박물관 큐레이터의 일 중에서 가장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은 특별전을 기획하여 개최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립 전주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할 당시 특별전을 담당하면서 처음 만났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23년만에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재회했을 때의 감흥과 그것을 전시하게 되기까지의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아서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쳐들어온 프랑스 군대에게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儀軌)』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과 국립 춘천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청화백자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특별 기획된 ‘한‧중‧일 호랑이 특별전’ 그리고 국립 춘천박물관에서 먼저 전시되고 최우수 전시로 선정되어 국립 중앙박물관에서도 전시하게 된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도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전시물이었다. ‘3부 박물관 숨겨진 이야기’에서는 국립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30년 가까이 일을 한 저자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과 박물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글을 마치며’에서 큐레이터들은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자 시간을 잇는 사람들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손때 묻은 유물들을 다루면서 그 가치를 찾고 그 유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문장을 읽고서 박물관에 가서 눈에 보이는 유물들에만 관심을 가졌던 필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책을 읽을 때도 행간을 보아야 하듯이 박물관에 가서도 보이는 유물들 뒤에서 흘렸을 수많은 분들의 숨겨진 땀방울까지 보아야 하겠구나.’ 하고 마음먹게 되었다. 박물관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과 박물관에 대해서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록(圖錄)과 같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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