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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무조아의 서재
  • 노무현이 옳았다
  • 이광재
  • 14,400원 (10%800)
  • 2020-12-02
  • : 544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던 그 날의 충격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거실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놀고 있을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중학생 딸이 “아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대.” 갑자기 뭔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멍해졌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유일하게 취임식에 참석했던 그 대통령이 퇴임해서 고향으로 내려간 지 1년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우리 헌정사에서 반복되는 대통령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고 두 명의 대통령이 전직이 되었고 역시나 대통령 비극의 전통은 이어졌다. 후년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위해 언론에선 벌써부터 연일 3명의 유력 후보 지지율이 공개되고 있다. 자신이 그 비극의 전통을 또 이어받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얼마 전 『문재인의 운명』을 다시 읽어보았다. 자신의 대통령선거 주요 공약이자 1990년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高位公職者犯罪搜査處)’, 줄여서 ‘공수처’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날을 기념해 책장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것은 종교 문제와 마찬가지로 의견을 단일화할 수 없는 문제인지라 개인의 성향에 의한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노무현이 옳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봇물 터지듯이 노대통령 관련 책이 출간되었고 그 중에서 몇 권을 읽어 본 적이 있었던 터라 그것의 연장선상이라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저자를 보니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0년 강원도 도지사를 역임한 후 정계를 떠나 중국에 머물며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친분을 쌓고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의 원장으로 재임하며 국가 미래전략을 연구하였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정계에 복귀한 이광재(李光宰) 의원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기에 출간된 책이라 단순하게 넘기기에는 의미가 있어 보여 한 문장 한 문장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1988년 4월, 당시 마흔둘의 나이로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노무현 국회의원 당선자가 스무살가량 아래인 이광재 보좌관과의 첫 만남에서 “나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주세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순전히 내 개인 생각이지만 이광재 의원의 대선 출사표이자 그의 정책제안서로 읽혀진다. 싱크탱크 ‘여시재’의 출범과정과 거기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정책기구가 아님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6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이광재 의원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갈 것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과 관련해서 이광재 의원이 모 방송사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국민통합과 국제사회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과 도전은 미완에 그쳤는데, 자신이 그 일을 완수해내자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정치에 처음 발을 들였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그는 정치권이 이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삶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국회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고 국민의 에너지가 함께 고양되는 ‘국민 참여 정책 플랫폼’ 구축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더불어 국가 전략 콘트롤타워의 부재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의 장기전략을 짜는 정책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후반기에 당시 야당에 연정(聯政) 제안을 하였으나 실패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대부분 이를 통해 정책을 실현해 나간다고 하며 연정을 통해 여당과 야당이 정책의 기본적인 틀과 하위 내용을 합의해 둔다면 다음 정권에서 진영이나 정파가 바뀌더라도 이미 합의해둔 정책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에서 실현가능할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로 분열되어 대립해야만 하는지 답답한 현실에서 그의 문제 제기와 구체적인 대안 제시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된다. 세대 간의 갈등, 정치 현안, 기술 혁신, 교육과 복지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와 정책 대안은 시의적절해 보이며 국민들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들이 편견의 색안경을 벗고 열린 마음으로 읽어본다면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이 걸어가야 할 방향이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꾼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려고 했던, 그러나 미처 만들지 못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완성하려는 그의 노력하는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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