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이런 표현을 입에 담고 사는 요즘이다. 말도 안되는 습기와 더위, 말도 안되는 국가정세(엄밀히 말하면 삼자가 보기에는 재밌는동북아시아…), 사회면을 장식하는 살인이나 범죄들, 게다가 코미디가 되어 버린 내 인생과 서평단에 당첨되는 말도 안되는 이벤트까지(서평단 당첨 말고 로또나 연금복권같은게 더 좋았겠지만)!
여튼 서평단에 당첨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책이 배송이 됐다.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한민국의 유통 시스템이 정말 놀랍다는 것이었고, 다음으로 서평을 써야한다는 부담이었다. 고백하자면, <엔드 오브 와치> 도 당첨이 된 적 있는데, 고백의중요한 부분은 얼마 전에 그 작품을 다 읽었다는 것이다(기회가 된다면 꼭! 서평을 쓰도록 하겠다). 어쨌든 죄책감을 뒤로 하고 짬이 날 때 마다 <아웃사이더>를 읽었는데, 중간 지점을 채 넘기기도 전에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말이 돼?
어린 아이가 죽는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그 범죄 현장은 마치 보란 듯 범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용의자가 손쉽게 좁혀진다. 담당 형사인 랠프는 증거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사건 당시 현장주변의 인물들에게 증언도 꼼꼼히 수집한다. 증언 역시 같은 용의자를 지목한다. 학생 스포츠단 코치인 테리를. 아이가 죽은 사건의 용의자가 학생들을 코치하는 선생이다. 심리적으로 불신과 분노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랠프는, 테리를 공개 처형한다. 마을 주민과 학생 모두가 보는 시합에서 테리를 체포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 매장.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는 개나 줘버린다. 그럴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건은 쉽게해결되지 않는다. 용의자 테리가 범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아니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오니까.
재차 이야기하자면 킹옹의 신작은 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다룬다. 두 공간에 한 인물이 있을 수 없지만, 킹옹은 그 말도안되는 상황을 어떤 타협 없이 쭉 이어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마다기분 좋은 패배를 맞본다. 이건 아니겠지, 싶으면 이게 맞다. 여기선 이 미스테리를 풀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면 그 미스테리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럴때마다 ‘이게 말이 돼?’ 라고 외칠 수 밖에 없다. 물론 마음 속으로.
매번 게임에서 패배 할 때면, 낄낄거리며, 글을 썼을 킹옹을 떠오르는데(만난적도 없지만, 한번 떠올려 본다 사진으로는 뵌 적이있으니까) 내심 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묘한 즐거움이 생기기도 한다.
여하튼 중반부까지는 ‘이게 말이 돼?’ 라는 팽팽함의 연속인데, 후반부의 시작이랄 수 있는 중간 전환이 굉장히 강렬하다. 킹옹식으로 표현하자면, ‘시밤! 쾅!’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 전환점이 너무 강렬하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이야기의 대가란 수식이 괜한게 아니란 믿음을 샘솟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근래작인 <리바이벌>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 약간의 의심도 들었지만, 그 아쉬움과 의심은 신앙이부족한 내 탓이었다. 속죄의 시밤! 쾅!
뿐만 아니라 시퀀스의 호흡을 가져가는 킹옹의 자잘한 기술과 재능들도 여전히 돋보여, 읽는 맛이 아주 좋다. 부연적으로 바다건너 저곳 의 세태에 대한 모습이, 어쩜 이리도 이곳 과 닮아 있는지, 씁쓸한 맛도 든다. 흡입력, 가독성, 세테에 대한 관찰, 서사적 구조와 리듬감 등.. 어느 것 하나 빠질게 없다. 너무 찬양이 이어지면, 약팔이나 사이비 종교 전도 같으니 작중 인물 새뮤얼즈의 ‘말도 안 돼!’ ’ 를 빌려와 서평을 얼른 마무리하도록 하자.
"아뇨,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내가 옆집에도 들리 만큼 꽥하고 비명을 질렀거든요. 어머니가 달려오셨고, 나는 반으로 쪼개진 채 조리대에 놓여 있는 멜론을 가리켰어요. 구더기와 파리가 안에서 우글거렸거든요. 그 벌레들이 서로 타고 넘으며 꿈틀대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살충제를 들고 와서 조리대에 놓인 멜론 위로 뿌리셨어요. 그런 다음 행주로 싸서 뒷마당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셨죠. 그날 이후로 나는 썰려 있는 캔터루프 멜론을 먹기는커녕 쳐다보지도 못해요. 그게 나에게는 비유하자면 테리 메이틀랜드예요, 빌. 멜론은 겉보기에는 멀쩡했어요. 물컹하지도 않았고. 껍데기도 흠집 하나 없었어요. 벨리들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는데 들어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