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단어를 입술 밖으로 낼 때, 내 마음은 아직 무사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 중 '엄'자를 내뱉기도 전에
온통 슬픔에 잠겨 허우적거릴 날이 올 거란 걸 안다.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해진 후에야 딱딱해진 가슴을 때리며 울 거라는 걸.
알지만 솔직히 아직은 보이지 않는 날의 이야기라 여겨진다.
남은 시간 잘하면 된다고, 그럴 거라고.
온통 그런 마음들이 모여 책 한 권으로 내 손에 쥐어졌다.
엄마를 향한 시가 여럿 있다.
내 마음이기도,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다.
엄마의 엄마도 아직 엄마 곁에 계신 것이 다행이지만
나보다 먼저 엄마를 잃을 엄마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하다.
엄마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그 커다란 슬픔의 홍수.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침 엄마를 만났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전의 만남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려고 노력했다.
내뱉은 말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잠든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소용 없었다.
여전히,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엄마의 모든 숨과 모든 말과 모든 행동이 존재하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이제는 조금 더 엄마를 위해 시간을 보내시라고 말했지만
정작 나는 엄마의 삶에 보탤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도.
감히 엄마의 마음에 견줄 크기가 아니었고
하필 내 인생이 잠시 주춤하고 있는 때였다.
입금되는 숫자에 스스로 잘난 척하며 돈을 쓸 때도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기보다는 나에게 보상을 주었다.
지금의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 그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음을 인정한다.
'얼마를 벌었었지, 얼마를 썼었지, 무엇을 가졌었지.'
그게 엄마, 아빠의 헌신이 뒷받침되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해냈다, 내가 이끌어왔다고 생각했었다.
<헤어질 채비>를 읽으며
지나온 시간 내 속을 가득 채웠던 자만심과 허영,
아직도 꿈틀대는 나를 위한 욕심과 계획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내리사랑'이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님을.
나의 부모님은 오직 목숨밖에는,
이 세상에 던져진 것밖에는,
그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오래
기억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도착했다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먼저 걸지 못했다.
타이밍 탓이 아니다.
마음의 순서, 마음의 크기였지!
늘 그랬듯이.
*
가장 위대한 책을 /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읽을 수 있었음에 / 엄마를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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