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white-america님의 서재
  • 수영장의 냄새
  • 박윤선
  • 10,800원 (10%600)
  • 2019-11-29
  • : 133
.
어린시절은 마냥 밝고 환하기만 했을까?
돌아보면 좋은 기억들도 있었지만, 어떤 기억들은 애써 감춰지기도 했다.

<수영장의 냄새>는 잊고 있던,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 애써 부정했던 어린시절 친구들 사이에서의 권력구도, 소외감, 초조감, 불안감 따위와 강제라면 강제로 마주하게 해준 책이다.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님 말처럼, 어떤 사적인 이야기들은 아주 보편적인 것 같다. 단, 그 영화처럼, 이 만화처럼 자기에 매몰되지 않고 아주 잘 얘기했을 때.

비록 실질적인 경험의 세부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민선이가 느꼈을 감정들은 대부분 내 어릴 적에도 느꼈던 것들이었다. 수영장에 다닌 적은 없지만, 이 이야기는 엄청나게 내 어린 시절과 닮아 있었다.

권력구도를 읽어낸 면에서는 최근 읽었던 <피구왕 서영>과도 비슷했는데, <수영장의 냄새>는 당시에 스스로 가졌던 알 수 없는 날것의 감정도 양심고백처럼 나타나 있어서 좀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어떤 경험들은 당시에는 미묘한 어긋남이나 이상함만 느끼며 지나왔다가 한참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들 중에는 그런 것이 특히 많을 것이다. <수영장의 냄새>는 ‘그런 경험들이 있었잖아요, 우리.’ 하며 혹자는 불편해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준다.

이입하는 문화산물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자칫 너무 어두울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처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담백하고 진솔하게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해 말하지만, 대부분 상황으로 제시하고, 감정을 느끼거나 이를 언어로써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듯했다. 어린시절 겪었으나 미처 다루지 못하고 넘어갔던 수많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심스레 스치며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고, 말해지지 않은 경험이 위로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