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레드카펫 독후감
퓨퓨 2024/03/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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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레드카펫
- 김청귤
- 15,120원 (10%↓
840) - 2024-02-27
: 33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재와 물거품>,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쓴 김청귤 작가의 신간 소설집이다. 이전 작품들과 동일한 점은 장르가 환상문학이라는 것. 김청귤 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마리와 수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번 소설집은 그런 애틋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첫 장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소설집을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분노다.
분노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을 읽을때 나는 너무 화가 나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장르는 판타지지만 여성이 겪는, 겪어야만 하는 차별, 불공평은 일상, 현실이었기에 자주 무력함을 느꼈다. 당장 뉴스 기사 몇 줄만 읽어봐도 그게 사실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미 몇 년 전에 박정훈 기자님의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다. 특정 성별을 혐오의 관점에서 쓴 글도 아닌데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악플을 받고 대응하다가 그냥 글을 지워버렸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덧붙이는 말이지만 이 이야기들을 단지 레디컬 페미니즘 책으로만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진지하고 무겁게 서평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소설집이 단지 분노라는 감정만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김청귤 이라는 작가 이름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도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화를 내고 무력함을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투쟁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행동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게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단지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김청귤 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달의 네일>,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저 생리 중이에요. 호르몬 폭발. 왜 뉴스 기사 보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술 마셔서 심신미약 되잖아요. 생리로 인한 심신미약은 인정 안 돼요? 왜요, 지금은 자살 충동이 들어서 저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요. 저는 죽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자꾸만 죽고 싶어져요. 이거, 심신미약 아니에요? -37p-
✍️웃음이 나왔다. 고통 없이 죽는 것.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일을 나는 할 수 있었다. 죽기 전에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괜찮았다. 맞아, 또 언제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를 날아보겠어. 나는 가뿐하게 뛰어올랐다. 시야 가득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아, 이렇게 맑을 때의 공기를 느껴보지 못한 건 아쉽다. -99p-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지었던 죄가 무마된다. 유가족들이 모여 항의를 했지만, 대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143p-
✍️그러나를 전복시키는 혁명의 접속사는 이렇듯 단 하나. 끝끝내 나아가기. 작은 보폭이라도 일단 떼고 보기. 그 다음엔 전속력으로 닫기. 금기된 것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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