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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y1118님의 서재
인간의 품성
꼰대는되지말자  2021/05/30 17:25
  • 인간의 품성
  • 크리스찬 B. 밀러
  • 16,200원 (10%900)
  • 2021-05-30
  • : 79

 

인간이 태어나면 일단은 살아가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 삶의 온전한 지속일 수 밖에 없다. 굳이 품성을 논할 일이 아니다. 내가 온전히 살아가기에 선한 품성이 필요하다면 선해질 것이고, 악한 품성이 이익이 된다면 그리할 것이다. 선하게 태어나는 이도, 반대로 태어나는 이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모든 것은 상황이 그리 만들 뿐. 물질적, 정신적 풍요는 확률적으로 인간을 선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물질적 가난과, 정신의 학대는 반대로 인간을 악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사회화’라고 부를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일정 수준 품성을 선의 방향으로 기울게 할 수는 있겠으나 그 한계는 명확하다. 요점은 내게(정신적, 물질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인간의 품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간의 복잡한 품성을 다룬다. (상대적으로) 선해 보이는 인간도 악한 행동을 하며, (상대적으로) 악한 인간도 어떤 경우는 선한 행동을 한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않지만) 양 극단, 즉 극선과 극악에 위치한 몇 명을 제외한다면 인류 대다수는 선악 정규분포의 가운데에 위치하며, 필요와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을, 선한 품성과 악한 품성을 부지런히 들락날락할 뿐이다. 어찌 보면 자명한 사실인데, 저자는 이를 객관적으로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례와 실험 결과를 책 속에 담아낸다. 종류는 다양하나 패턴은 단순하다. 선한이가 하는 의외의 악한 행동, 악한이가 보여주는 놀라운 선행, 두가지다. 그리고 이 둘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아가 평생 동안 계속 저지르는 일관된 행동일 뿐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 착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나쁜 행동도 할 수 있다. 오늘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내일은 거짓을 말할 수 있다. 하나의 상황에서도 오전엔 참을, 오후엔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고, 나를 희생해 남을 도우며, 남을 희생해 나를 돕기도 한다. 참이 늘 옳고, 거짓이 나쁘기만한 것도 아니다. 참이 사람을 다치게 하고, 거짓이 사람을 살리는 상황, 우리 꽤 많이 알고 있지 않나. 때론 자존감이 팽창하고, 때론 죄책감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감정이라는 것, 품성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다만, (참, 거짓의 문제를 떠나) 가급적이면 남을 해하지 않고, 날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인간이라는 개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모순을 좀 더 깊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 《인간의 품성》을 읽어보길 바란다. 저자가 기독교인이라, 어쩔 수 없이 강조하는 기독교적 선한 품성 강화 부분은 비기독교인이나 무신론자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를 제외한 책의 전반적 내용은 한 번쯤 곱씹어볼만하다. 대단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본디 그리 태어난 것이니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품성의 줏대없음에 대해, 모순에 대해 저자가 남긴 글을 마지막으로 서평을 마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될 수 있었던 품성보다는 훨씬 더 나은 품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마땅히 되어야 할 품성보다는 훨씬 더 나쁜 품성을 지니고 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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