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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졌잘싸
  • 고상훈
  • 13,500원 (10%750)
  • 2021-11-05
  • : 299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돈 안 드는 유행에 아주 민감하고, 그런 아이들이 누가누가 더 유행에 더 앞서있나를 겨루는 초등학교에는 1년에 수십 개의 유행어가 스쳐 지나간다. 교사들은 그런 유행어가 들릴 때마다 때로는 못 들은 척 하면서, 때로는 한 글자만 들려도 예민하게 굴면서 그 유행이 지나가기를 견뎌낸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 머릿속에 잘 자리잡아 주었으면 하는 유행어도 있다. 내겐 '졌잘싸'가 그런 유행어 중 하나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 고작 수업 시간 퀴즈 대결에서 지고도 분해서 씩씩거리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농담으로라도 "졌잘싸!"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인지 이 책, <졌잘싸>는 표지부터 흥미로웠다. 제목의 뜻과 '성공기'가 아닌 '도전기'라는 소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의 결말이 중심 인물들의 우승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승리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어떻게 패배를 향해 가는지, 어떤 자세로 진 경기를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졌잘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교사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교사인 작가가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는 경우 교사가 아이들 사이의 사건에 너무 깊게 개입하는 전개가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졌잘싸>에서는 아이들이 대부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축구 감독인 김성훈 선생님은 아이들의 요청이나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만 수행하고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여자축구부의 원년 멤버인 수연이가 스스로 골키퍼가 되겠다고 나서는 부분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타인을 위한 배려와 그 배려가 자만심으로 비치지 않을 만큼의 설득력 등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많은 덕목들이 배어 있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표지만 보고도 알 수 있었듯 <졌잘싸>는 결국 경기에서 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해원초 여자축구부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정말로 '졌지만 잘 싸웠다'. 인생에서 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패배에 대해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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