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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크레이머와 K-파이 스틸의 <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는 친근한 소재와 동물들을 통해 ‘공공재산’과 ‘사유재산’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런 무거운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책의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취학 전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무엇이든 국수로 바꾸어 주는 국수 기계’의 발상이 신기했다. 표지만 봤을 때 기껏해야 밀가루를 넣으면 국수로 만들어 주는 기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로 ‘무엇이든’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국수로 만들어 주는 기계였다. 앞쪽 면지에 재료 그림을 넣고, 뒤쪽 면지에 그 재료로 만든 국수의 종류를 그림으로 넣은 것도 재미있었다. 전 세계의 국수 요리에 대해 탐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등장인물에 관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오카피뿐 아니라 한국의 그림책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다양한 동물들이 삽화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주제에 관심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어린이도 동물을 좋아한다면 그림에 나오는 동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요 등장인물인 오카피를 ‘오가피’라고 쓴 오타가 몇 군데 있다는 점이다. 다음 판에서는 수정되기를 바라며, 편집부에서 번역을 점검할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