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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빨리 모범생
  • 박서진
  • 8,100원 (10%450)
  • 2019-01-21
  • : 16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리빨리’를 극단적으로 추구했을 때 겪게 되는 사건과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부분은 속도감 있게 잘 읽히고,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깝기도 했다.

  뭐든지 속도 경쟁을 하는 몇 명의 아이들을 알기 때문이다. 그 속도 경쟁에서 1등을 하면 뿌듯하게 큰 소리로 자랑을 해 대며, 혹시 실수로 순위권을 놓쳤을 경우 초조하게 자신이 몇 등인지 센다. ‘천천히 해도 돼.’하고 말해주었지만 건성으로 듣던 아이들. 이야기에서는 교실 안 메트로놈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며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오지만, 마음속에 메트로놈이 자리해 버린 아이들은 어떻게 그 메트로놈을 버릴 수 있을까.

  주인공 어린이들의 담임선생님에게도 눈길이 갔다. 많은 아동문학에서 등장하는 교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배경처럼 교실 속에 자리한 교사, 하고 싶은 말만 잔뜩 떠들어서 주인공의 내적/외적 갈등을 유발하는 교사, 마치 종교 성인처럼 주인공에게 올바른 갈 길만을 제시하는 교사이다(세 부류 모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 부류의 교사의 공통점은, 나름대로 생각하며 가치를 찾아나가는 아동문학 속 어린이들과는 달리, 그 인물상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 속에서 내가 만난 많은 선생님들은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변화하려 노력하고 실제로 변화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선생님’을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했다. 초반부를 읽으며 ‘또 하고 싶은 말만 생각 없이 떠드는 교사의 등장이군’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빨리빨리’ 만을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작전 실패다.”라고 선언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아이들처럼 변화하는 교사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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